글 잘 쓰기의 비결 중 하나는 베껴 쓰기

단편소설 ‘메밀 꽃 필 무렵, 봄봄, 날개’의 작가인 ‘이효석, 김유정, 이상’.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으리으리한데 세 명의 소설가가 공저한 책이라고 하면 좀 어리둥절할 것 같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책은 위의 세 소설을 베껴 쓰도록 편집한 글쓰기 훈련용 실용서다. ‘필사(筆寫)’란 남의 좋은 글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책 표지에 두른 띠지의 광고에 따르면 ‘기자 지망생, 작가 지망생이 가장 많이 필사하는 작품이 위의 세 소설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정확한 문장의 학습을, 일반 독자들에게는 명상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는 책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필사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눈으로 읽는 것과 필사하며 읽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베껴 쓰는 문장은 놀랍게도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눈은 시각 이미지를 만들 뿐이지만 손으로 쓰며 한 번 더 읽게 되면 시각 이미지와 더불어 그 문장을 감각적으로 몸에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한다.

필사의 이유를 가장 정확히 밝히는, 백 번 맞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필자 역시 얼마 전에 ‘메밀 꽃 필 무렵’을 베껴 썼었고, 출판사가 밝히는 위의 효과를 그대로 느꼈었다. 특히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이 흐드러진 달밤의 좁은 산허리 길을 나귀와 함께 외줄로 걷는 장돌뱅이들’의 풍경을 묘사하는 대목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다른 종이에 별도로 베껴 써서 가지고 다닐 정도다.

폭발적으로 사용 인구가 늘어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글쓰기가 개인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기획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 등은 굳이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지난해 출판계에서 눈에 띄게 뜬 사람들도 ‘글쓰기’ 책을 내고 강의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서 공부하고 온 사람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 입시생들이 제출하는 에세이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데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은 결과라고 한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도 글쓰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 역시 글쓰기를 잘 하려면 ‘많이 읽고(다독), 많이 써보고(다작), 많이 생각하라(다상량)’고 했다. 특히 ‘많이 써보는’ 사람에게 당할 수 없는 것이 글쓰기다. ‘필사, 베껴 쓰기’는 바로 다독과 다작을 동시에 하는 효과가 있다. 왼쪽 면은 소설, 오른쪽 면은 백지로 편집해 책에다 바로 틈틈이 베껴 쓰도록 했고, 다 써서 출판사에 보내면 새 책을 다시 보내주기까지 하겠다니 일석삼조의 책이다.

◇나의 첫 필사노트=이효석, 이상, 김유정 지음. 새봄출판사 펴냄. 248 쪽. 1만2000원.

◇ 최보기의 책보기는 이번 호로 연재가 끝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