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선생에 대항하는 '광기' 학생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듬감이다. 그 리듬 중에서도 관건은 ‘스윙(Swing)’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1+1+1+1’로 구성된 똑같은 4박이 아닌, ‘1.5+0.5+1.5+0.5’로 구성된 비스듬한 4박이다. 스윙 리듬을 듣고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밥’ 리듬에선 테크닉과 속도가 중요하다. 아무리 빨리쳐도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밴드에서 리듬은 일순위가 드럼이고, 후순위가 베이스다. 드럼이 흔들리면 리듬이 깨지고, 깨진 리듬은 곧 그룹의 실력을 증명한다. 형식에서 기타나 피아노보다 덜 주목받는 드럼은 내용면에선 밴드를 살리는 생명초고, 재즈를 깊이 이해하는 열쇠다.

영화 ‘위플래쉬’는 재즈의 기본을 위해 드럼을 주 소재로 차용했다. 영화는 그러나 재즈를 제대로 하려면 위의 ‘기본’들은 물론이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한다고 ‘종용’한다.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재즈를 대하라는 선생의 폭정, 파쇼같은 선생의 주문을 결국 수용하는 학생의 광기가 상영시간 100분 내내 정박자와 엇박자로 교차한다.

음악 명문 셰이퍼 음악 학교의 자랑인 ‘스튜디오 밴드’를 이끄는 플렛처 교수(J.K.시몬스 분)는 박자 하나 거슬리는 꼴을 용납하지 않는다.


플렛처가 인격 모독에 가까운 욕설을 퍼붓고, 때론 진짜 의자를 내던지는 폭력을 감행해도 학생들이 참는 건 그에게 인정받는 것이 곧 최고의 음악가로 인정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버디 리치’와 같은 위대한 재즈 드러머가 되고 싶어하는 앤드루(마일즈 텔러)가 플렛처의 눈에 띄어 ‘스튜디오 밴드’에 합류한다. 플렛처의 광기는 연습 첫날부터 시작된다. “저능아가 어떻게 입학했지?”부터 부모에 대한 험담도 서슴지 않는다.

욕설과 폭력은 숨겨진 분노의 본능과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유발하는 법. 앤드루는 사귀던 여자 친구와도 결별하고, 피나는 연습으로 플렛처의 정신 세계로 편입한다.

플렛처는 앤드루의 광기를 합리화하는 말로 ‘비밥의 창시자’ 찰리 파커의 일화를 들려준다. 한 공연에서 파커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드러머 조 존스가 파커에게 심벌을 던져 망신을 준 얘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파커는 피나는 노력으로 1년 뒤 최고의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누구의 편에 서기 어려운 묘한 딜레마를 남긴다. 요즘 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선생의 폭정이 이해할 수 없지만, 끈기와 고통을 무기로 삼은 부모 세대에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생후 18개월만에 드럼 스틱을 잡고 놀았던 타고난 천재 버디 리치가 될 수 없다면, 찰리 파커의 사례가 정답일까. 플렛처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허망한 말이 ‘그래 그 정도면 잘했어’야. 그건 좌절을 안겨주는 말이지. 제2의 찰리 파커가 되려면 (너는) 그러지 않을거야.”

위대한 아티스트는 손가락 지문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혹독한 연습에 매진해야하는가, 아니면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세례로 예상치 못했던 끼와 재능을 ‘발견’해야하는가. 마지막 무대에서 “꼭 그랬어야 했느냐”며 자신만의 광기어린 연주로 플렛처에 대항하는 장면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정답’이 무엇이냐고 묻는 듯하다.

‘위플래쉬’는 색소포니스트 행크 래비의 곡으로 ‘더블 타임 스윙’ 주법의 속도감이 매력적인 연주곡이다. 이 빠르기 만큼 두 사람도 감정의 곡예가 질주한다. 전율의 100분 속에 심장이 덜컥거린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