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효과' 높이려다 '청각 효과' 놓친 푸치니 오페라

지아코모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토스카’가 영화로 옮겨오니, 보는 맛이 다르다. 일단 인물의 세세한 감정 표현이나 피부 상태를 선명한 화질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2막에 접어들 때, 토스카 등 주연 배우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게 보일 정도였다.

무대의 ‘토스카’가 주로 명곡을 듣는 ‘청각’에 의존했다면, 영화 ‘토스카’는 오페라 가수의 연기력을 확인하는 ‘시각’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실제 오페라를 부르는 가수의 생동감있는 느낌의 노래를 만끽하긴 어렵다.


연기는 곧 노래에서 나온다는 걸 직감으로 알고 있는 무대 마니아들에겐 다소 아쉬운 대목. 특히 ‘토스카’는 1막 카바라도시의 ‘오묘한 조화’, 2막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3막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 등 유명 아리아들이 많아 청각이 주는 감동을 외면할 수 없는데, 영화에선 음악이 경쟁력을 잃은 듯하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실황 공연을 그대로 옮겨왔다. 재미있는 건 1막과 2막, 2막과 3막 사이의 휴식시간에 평론가가 극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연출자와 배우를 인터뷰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성당에서 작업하던 화가 카바라도시는 감옥을 탈출한 옛 친구인 안젤로티를 숨겨준 대가로 기득권과 보수층을 대표하는 경찰 수뇌 스카르피아의 감시망에 놓인다.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힌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인질로 삼아 풀어주는 조건으로 그의 연인인 토스카에게 노골적으로 몸을 요구한다. 짐승같은 스카르피아에게 굴복한 척하던 토스카는 그의 가슴에 칼을 꽂고 카바라도시의 처형대로 달려간다.

무대의 배경은 1800년 이탈리아 로마. 막강한 권한을 자랑하는 당시 교황의 입지를 상징하듯, 1~3막의 주된 배경은 모두 십자가다. 이 십자가 아래 놓인 인간은 사랑과 욕망, 권력과 정의, 거짓과 진실 등 갈등과 대립이 지배하는 어둡고 비극적인 상황과 마주친다.


연출가 피에르 오디는 이 극에 두 가지 장치에 주목했다. 하나는 스토리, 다른 하나는 서스펜스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캐릭터의 힘을 살리려고 했다”며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의 극적 전개를 위해 히치콕 감독 스타일의 서스펜스 도입도 절실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다층적 구조도 이 극이 보여주는 특장점 중 하나다. 스카르피아 역의 뤼도빅 테지에는 단순히 악한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외로워서 뒤틀려버린 남자의 전형”이라며 “거의 드러나진 않지만, 사색하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세기가 지나도록 오랜 사랑을 받는 무대는 그 이유가 있을 터.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녀 토스카, 사랑과 의리를 지키는 소신의 연인 카바라도시, 그리고 비열과 탐욕의 화신 스카르피아가 지닌 캐릭터의 힘은 여전히 우리의 현재를 관통하는 선악의 기준이다.

무엇보다 소프라노(토스카), 테너(카바라도시), 바리톤(스카르피아)이 엮는 영혼의 소리가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