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밝혀지는 천재 무명 사진 작가의 비밀

이 작품, 보는 내내 시선을 돌릴 수 없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개되는 밋밋한 미장센에서도 극도의 긴장감과 스릴을 잃지 않는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주인공의 정체부터 정체가 밝혀진 이후의 사건에서도 영화는 내내 양파껍질 벗겨내듯 ‘밝혀냄의 순간’을 조명한다.


그래서 어떤 스릴러보다 시선을 집중시키고, 어떤 액션물보다 재미있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 프로 작가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 무명의 사진작가는 사후에 그 진가를 조명받았다.

2007년 경매장을 찾은 역사학자 존 말루프는 도시 사진을 찾기 위해 마이어 작품 한 상자를 구입한다. 호기심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올린 사진 몇 장이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자, 이 무명작가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상자 속에서 주소 몇 개를 발견한 그는 마이어를 알고 있는 주변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행적을 좇는다.

마이어의 정체는 유모였다. 지인들은 한결같이 “너무 따뜻하고 정감있고 뉴스를 즐겨 읽는” 솔로로 기억했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그의 목엔 언제나 사진기가 걸려있었다. 자신이 포착하고 싶은 인물이나 사물이 보이면, 아이 돌보는 일을 잠시 뒤로 할 정도로 사진은 그에게 ‘모든 것’이었다.

유모라는 빈곤층으로 살아온 인생 때문인지, 그의 사진은 늘 인물 너머 인간이 스며있었다. 웃는 인물 사진 하나에도 내면의 슬픔을 포착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건 하나에도 미학을 실은 사진들은 프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인간을 깊이 통찰하는 작가”라는 극찬을 얻었다.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로 찍은 흑백 세상 뒤에 ‘그’는 어디쯤 자리 잡고 있을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는 더 복잡하고 종잡기 힘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인물로 그려진다. 왜 그는 다듬어진 프랑스 억양을 쓰며 뉴요커가 아닌 척했는지, 왜 남자의 접근을 사시나무 떨듯 싫어했는지, 그리고 왜 자신의 방문을 자물쇠로 잠그며 폐쇄적인 생활을 했는지 비밀의 근원도 서서히 밝혀진다.

마이어는 일반인의 평범한 삶 속에 묻혀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사는 대립의 인생 속에서도 사진은 늘 ‘리얼의 세상’으로 도배했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간 모두 15만 장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남긴 그는 비참하고 외로운 인생을 사진 속 ‘현실’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죽은 뒤 얼마 안 돼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 걸리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열풍이 식지 않고 계속돼 누구나 다 아는 작가의 한 명으로 기억되길.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