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책통]책 시장도 ‘라이브’가 대세

인터넷의 등장 이후 팔리지 않게 된 책 중의 하나가 지도다. 과거에는 자동차마다 지도책 한 권쯤은 구비되어 있었지만 GPS 기능이 달린 모바일 단말기로 대체되었다. 이제 자동차에 네비게이션 기능이 있는 부품이 장착되고 있고, GPS를 탑재한 단말기에다 어느 장소에서 무언가를 ‘체험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지도와 연동시켜 사용자를 그 장소에 인도하는 ‘앱’마저 등장하고 있으니 지도책이 팔리기는 어렵다.


음악계에서 음반을 내는 것은 판매자체보다 콘서트나 페스티벌과 같은 ‘생생한 라이브’를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책에서의 ‘라이브’는 어떨까? NFC 기능을 탑재한 오디오북이 책과 붙어 있으니 책을 낭독하는 것도 라이브의 한 예다. 곧 NFC 기능이 탑재된 판면 태그마저 등장한다니 독자는 책을 읽은 소감을 바로 출판사나 저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우치누마 신타로는 ‘책의 역습’에서 “맛집 가이드에서 실제로 그 음식점에 로그인한 사람이 별점을 주고 글을 남기게 한다거나 여행 가이드에서 방문한 장소의 해설을 단말기 카메라 너머의 AR(확장현실)로 표시된 캐릭터가 말해 준다든가, 소설에서 그려진 마지막 장면의 장소를 실제로 방문하면 특별편으로 그 후일담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 등의 라이브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책을 통한 ‘리얼로의 확장’이야말로 책의 한 가능성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책의 라이브는 강연이 주로 이룬다. 책의 판매가 수천 부에 그쳤지만 책 출간을 계기로 1년에 수백 회의 강연을 하는 사람마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가 ‘인문학 열풍에 관한 성찰과 제언’(‘안과밖’ 38호, 2015년 상반기)에서 “대학의 인문학은 근시안적인 대학 구조조정과 청년실업 문제 때문에 절멸적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반면,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융성’ 사업과 시민의 자생적 열기 덕분에 공공기관과 시민인문학 공간 등 대학 바깥에서의 ‘시민인문학’은 자못 활발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인문학 강연 열풍은 대단하다.

천 교수는 국가와 공공기관의 인문학강좌에 대해서 “‘인문학의 국가화’와 시민의 피동화”라는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그의 우려가 모든 인문학강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강연만의 라이브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태수 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축제는 동네 사람이 다 참여하는 게 축제 아닌가. 인문학도 유명 강사가 멋진 강연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몇 사람이라도 모여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게 진정한 인문학”이라 충고했다. 그러니 진정한 라이브는 독자들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글을 써보는 일일 것이다. 책의 판면에 NFC 기능마저 탑재되는 마당이니 머지않아 저자와 실시간 대화마저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책 시장도 라이브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