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20>

◇하드씽 -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벤 호로위츠 지음/안진환 옮김/36.5(*명태로 출판사명 바뀜)

나는 어린이 책을 내는 사람이다. 순수하고 낭만적일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출판도 사업이다. 어른이 보는 책으로 분야를 늘린 까닭도 부모가 읽을 수 있는 책을 낸다면 자연스러운 사업 확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책이란 것이 묘하게도, 한두 권 내다보면 어딘지 숙연한 사명감이 생겨난다. 편집자에게는 책이 자기 자식이라는 농담이 있는데, 결코 농담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보고 위안을 받듯, 편집자도 때로는 자기가 낸 책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 책, '하드씽'이 딱 그랬다. 벤처 사업가와 투자자라는 저자의 인생이력은 규모는 달라도 출판이라는 사업을 하는 내게 때로는 자기 일처럼, 때로는 부러운 일로 다가왔다. 자금이 달리고, 투자자는 항의하고, 경쟁사는 무차별 할인과 끼워 팔기 공세에 나서며, 애써 신제품을 개발했더니 시장에는 이미 비슷한 상품이 출하 준비 중인 상황…. 자주 보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읽는 내내 저자의 마음가짐이 부러웠다. 저자의 상대는 빌 게이츠였다. 밀리던 끝에 이제는 마지막이다 싶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저자는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특별한 계책도, 특별한 발상도 없이 그저 헝그리 정신 하나로 이 역경을 유유히 견뎌나간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서경식 지음/이목 옮김/돌베개

책을 내다보면 뜻밖에 “넓고 얇은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람은 모든 분야에 통달하기 힘들지만, 책은 출간 분야가 정해져 있을지언정 출간을 검토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상 무한하다. 시인 로르카가 시인은 “전위의 전위”라고 했던가? 출판 역시 “전위의 전위”다. 그리고 이 전위는 로르카가 그랬듯 시대를 느껴야 하고, 다음 시대를 끌어당기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출판의 경우에 이것은 흔히 분석과 전망을 거친 출간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흔한 수단이 독서다. 출판인은 평생에 걸쳐 독서의 범위를 넓혀 나가고, 또 넓혀나가야 한다. 비록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닐지라도. 그리고 첫 독서의 시작으로 개론서는 언제나 실망하지 않는 선택이다.

시작이 좀 길었지만, 그것이 내가 이 책을 권유하는 이유다. 책은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더 정확히는 다음 시대를 끌어당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헌신한 49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른바 “넓고 얇은 지식”이다. 그리고 49명의 이야기로 시작해, 수십, 수백 권의 독서로 이어지는 길을 독자에게 제시해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가슴 뛰게 하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그 자체였다. 로르카, 네루다, 숄, 아옌데, 그리고 체 게바라…. 젊은 시절 심취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었다는 건 지나친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