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9월의 한국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한낮은 뜨겁기를 반복해서 올 가을 곡식과 과일들은 풍성함을 더해 주었다. 추석에 햅쌀로 밥을 지을 수 있고 빨갛게 익은 사과와 더 클 수 없는 크기의 큰 배는 한눈에 쏙 들어왔다. 고추도 빨갛게 잘 익어 색깔도 선명해 보기에도 탐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가격은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생산지와 유통자간의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풍작이라면 가격이 좀 더 낮아져 서민들에게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가위의 보름달은 슈퍼문 이라고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말 산위로 솟아오른 달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노랗고 큰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을 날씨는 이렇게 아름답고 투명하게 빛나 사람들의 어려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지 않았나 싶다.

러시아의 날씨도 9월 초순에는 한국 기온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9월 말이 되거나 10월 초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된다. 한국은 비교적 완만한 기온이 유지되지만 러시아의 온도는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한다. 아마 다음 주에는 영하 까지 내려간다는 기상대의 이야기다. 말만 들어도 몸이 오싹해지는 기상청 보도다. 러시아의 가을이 거의 끝나가고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 신호다.

러시아는 겨울이 오기 전부터 이미 추위를 체감하고 있었다. 올 봄 초에 야당 총수가 모스크바 시내 한 복판에서 이름 모를 사람에게 사살 당해 움찔한 적이 있었고 2014년 상반기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15년 1월에는 48달러 선을 기록했고 루블화 환율 역시 지난 5월에는 47루블 하더니 지금은 70루블 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유가도 더 하락하여 올 8월에는 36달러 선까지 갔다니 러시아의 경제 체감 온도가 어떤지 충분히 알 만 하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곤혹을 치르고 있으며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극동 지역과 북극 지역에 대해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이고 위기감을 타개해 나가는 한 방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는 눈들은 곤두박질치는 러시아의 경제적 차원에 대해 누구도 낙관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어렵고 힘들어지면 다시 회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개인이나 나라나 다를 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날씨도 점점 추워오고 영하의 날씨를 기록하게 되는데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인 문제들도 더욱 얼어붙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온도가 내려가고 날씨가 추워지면 몸도 마음도 심란해지는데 러시아의 국민들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다 같이 옷깃을 추스르고 마음 무장을 하고 있겠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불고 있는 한풍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정부나 국민이나 모두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언제 쯤 러시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