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 즐거운 중독

기업의 중역분이 메일을 보냈다. 그분은 기업의 변화혁신을 담당하는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는 직원이 없어서 놀랐고 암울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부끄러워라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다고. 더불어 어떤 지식인 얘기도 썼다. 지식인이 “팔리지도 않는 책을 써서 뭐해. 차라리 강의 한 번 나가는 수입이 인세보다 많은 걸.” 하더란다. 내 경우는 일 년에 100여 권은 읽은 것 같고 게다가 책을 쓰려고 집필 중이니 그 중역 메일이 꼭 나를 향한 것도 같다. “ 세상이 이런데 당신은 왜 그러시오?”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은 여러모로 남는 일이라 이렇게 좋은 것을 얼굴도 모르는 남들에게 알려주는 건 이기적으로 보면 좀 바보짓이긴 하다. 좋으면 나나 하지 뭘. 그래도 이타심을 발휘해서 독서의 즐거움을 말해보련다.

첫째, 통상 저자는 내공과 콘텐츠가 있는 사람인데 그 결정체가 책이다. 그의 수고와 지식, 경험을 단 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으니 아주 수지맞는 거래다. 소셜 커머스나 홈쇼핑, 배달의 민족 같은 데서 돈 천 원 알뜰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수지맞는 거래엔 왜 인색할까 모르겠다.

둘째, 독서는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전에 페북에서 보니 한 여성이 평소 어머니가 해준 말씀을 올렸다. “화장품 사지 마라. 책을 읽어라. 그럼 네 얼굴에 아름다운 빛이 새어 나올 것이니.”란 것이었다. 그 어머니는 독서가 화장품보다 아름다움 증진에 한 수 위라는 것을 아셨던 모양이다. 화장하는 남자들도 새겨들을 권고다.

세 번째로 멋진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 모 기업가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리더가 되고 나서는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더가 누구인가?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리더가 책을 읽지 않고서 어찌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페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페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독서광이란 걸 알아두면 좋겠다. 그 차이가 누구는 페북 리더(Leader)로 누구는 페북 리더(Reader)로 만든다.

네 번째로 좋은 책을 읽으면 시간이 아주 잘 가며 책 속에서 현인도 만나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재수 좋으면 판타스틱한 이성도 만날 수 있으니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아쉬움에 밥맛을 잃을 정도다.

다섯 째, 한심하거나 복잡한 세상에 차단막을 쳐준다. 이런 엄청난 편익들을 주는 것이 독서이고 더구나 비용도 상당히 저렴함에도 독서를 하지 않으니 독서하는 소수 사람만 좋을 일이다.

술을 좋아하고 커피 타임을 좋아하고 화장, 골프,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은 들으시오. 그것들의 중독을 사랑한다면 독서 중독도 사랑해 보시오. 남는 장사에 미용효과, 비전 창출 효과에 더해서 멋진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주는 즐거운 중독이오.

이렇게 말해도 독서는 역시 '식상한 주제'인가. 그렇다면 새로운 패션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외출할 때 책을 한 권 끼고 다니는 독서패션 운동(Movement). 읽든 안 읽든 사회복지나 공동체 공헌 차원에서.

예전에 여대생들이 책을 몇 권 가슴에 안고 거리를 가면 참 아름답게 보였었다. 그래서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었는데, 이 가을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라 믿고 그 운동을 해 보십시다. 즐거운 중독에 퐁당 빠져 보십시다. 해외 관광객들이 “와우! 독서 코리아” 놀라도록.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