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이야기'를 남기는 러시아작가들의 노벨문학상 수상 현실

러시아는 영하 날씨에 눈까지 내린다는 기사를 접했다. 러시아야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한 달이나 빨리 첫눈이 내렸으니 세계 기후가 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런 날씨가 시작되면 한국에서는 겨울 김장을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양배추, 토마토, 오이 등으로 겨울나기 절임을 담근다. 그들은 고춧가루 대신 소금과 식초와 월계수 잎을 이용해 어떻게 보면 짠지와 피클의 그런 맛을 지니고 있다. 절임에는 사과도 있고 가지도 있으며 남쪽 지방에서는 마늘쫑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결국 어디서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잠자고 먹고 입고 사는 일상생활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 양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욕구나 욕망은 끊임없이 어떤 분출구를 통해 배출해내고자 한다. 1960년 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가 나란히 늘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단계적으로 존재한다고 하면서 욕구의 5단계설을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생리적 욕구며, 두 번째는 안전의 욕구, 세 번째는 소속과 사랑의 욕구 네 번째는 자기실현의 욕구, 다섯 번째로 자기 초월의 욕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생존하기 위해 본능적인 욕구를 가진 동물의식과 지식이나 자기 체험에서 나온 믿음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고 분별하는 지성의식과 생명의 본성이나 존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영성의식이 있다고 했다.

딱히 이 심리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인간에게는 이미 그런 욕구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까. 특히 뛰어난 예술가들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뛰어넘었다는 말이다.

인간의 가장 강한 욕구는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표출해내는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특히 작가의 경우는 글쓰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세상의 부조리나 진실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다룬 작가들은 현실에서는 고난을 당하는 일이 많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진정성에 마음을 준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발표하는 노벨상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나라마다 웃고 우는 희비가 엇갈리고 수상자 개인에게는 그보다 더한 영광은 없을 것이다. 영광과 더불어 책임감도 막중해질 것이고 인간에 대한 존엄한 의무감도 지니게 될 것이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벨라루스 여성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67)가 수상하게 되었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논픽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고 여성으로서는 14번째 수상자라고 한다. 지금이야 각기 독립된 나라지만 구 소련 시대에는 모두 통합된 나라였던 것을 생각하면 현 러시아에서는 심사가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1933년 처음으로 이반 부닌을 필두로 1958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65년 미하일 솔로호프, 1970년 솔제니친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나 솔로호프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수상을 거부하거나 망명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진실로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참 인간애를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진실과 함께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응시하고 표현했다. 우리 시대에 중대한 순간과 그 속에서 고통받은 사람을 위해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주최 측은 이렇게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간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진실’이다.

알렉시예비치는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여성들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과 고통을, 체르노빌의 잔혹한 참상을 글로써 ‘진실’하게 알려주었으며 어쩌면 이는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었다고 한다. 옛 소련 시절부터 그녀는 공산주의 독재에 반대하고 비판하고 항거하는 작품을 썼다. 이에 정치적 탄압이 심해 10여년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2012년에 조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진실’에 대한 고발은 이처럼 크나큰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여인은 매슬로가 말한 자기실현의 욕구를 ‘진실’로 표현함으로서 인정 받으려는 욕구와 자기 초월의 욕구도 훌륭히 소화해 인류에게 미래를 보여주며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훌륭히 담당해 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인의 진지함과 진솔함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용기를 가지고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