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 다 읽고 난후 짜릿함이란…좀 더 팔렸으면 좋겠어, 이 책!"

자·타칭 이른바 장르문학의 대가 3인이 뒷풀이 포함 4시간 가량 '장르문학 수다회'를 마치면서 책 이야기이니 좋은 장르문학 책을 추천하기고 했다. 공평하게 출판사에 관계없이 각 두 권씩 추천을 했으나 수다회 참석자 중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를 이끌고 있는 '마포 김사장'은 녹음내용 푸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권을 더 추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로 했다. '사심'이 가득찬 추천 책이 포함됐다는 말!

청소년들이 장르문학을 읽는데 큰 거부감이 있는 어른들은 "책을 안 읽는다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쳤을 때 그 기분을 느끼도록 하자"는 충고도 새겨볼 만하다. 가뜩이나 놀 게 많은 세상, 책이 재미있기는커녕 어렵기만 하다면 억지로 읽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이 말씀이다.

지난 5일 서울 서교동 에이코믹스에서 자칭 '장르문학 부흥회 전도사' 3인이 모여 2016년 장르문학 시장과 전망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참석자들은 재미있는 소설이 좀 더 많이 읽혀 한국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되고 유통되길 바라는 맘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저. 최세진 역. 아작. 2015년 10월
시대에 맞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 적절한 때에 읽어야 할 적절한 작품. 아주 가까운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이미 그런 변화가 현실에서 시작된 상황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 말고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 단순히 세상의 과학기술적 풍경만이 아니라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얘기하는 매우 힘이 넘치는 소설이다.





◇조커가 사는 집=듀나 외 저. 전홍식 역. 작은책방. 2015년 10월
한국 창작 SF의 최전선을 알리는 작품집으로 전반적인 출판 불황임에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국내 SF창작계의 현 시점 역량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모았다.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까지 수록되어 SF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SF의 타임캡슐이라 할 만하다.




■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사냥개 탐정=이나미 이츠라, 다니구치 지로 저. 정은서 역. 애니북스. 2015년 7월
범죄소설을 보면 인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추악한 원한과 분노에서 때로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까지. 산속에서 개와 단 둘이 살아가는 고독한 남자가 잃어버린 개들을 찾아준다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세상의 오의가 담겨 있다. 하드보일드가 얼마나 인간적인 장르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도불의 연회=교고쿠 나츠히코 저. 김소연 역. 손안의책. 2015년 11월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건을 철저하게 논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 아니 해석을 한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존재니까. 본격 미스터리를 쓰면서, 일본 최고의 요괴 전문가이기도 한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은 신비로우면서도 합리적이다. 그리고 우리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미스터리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캔자스의 유령=존 발리 저. 안태민 역. 불새. 2015년 2월
은행에 기억을 저장해 둠으로써 인간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살인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나를 죽이려 하는 살인범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세계적인 에스에프 소설가 테드 창이 ‘에스에프와 판타지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로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노버트 데이비스 저. 임재서 역. 북스피어. 2015년 1월
코믹 하드보일드 소설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노버트 데이비스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작가 노버트 데이비스의 대표작이자,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열렬한 팬임을 밝힌 작품으로, 땅딸막한 사립탐정 도앤과 건방진 개 카스테어스의 모험담을 선보인다.






◇사기꾼-87분서 시리즈=에드 맥베인 저. 홍지로 역. 피니스 아프리카에. 2015년 5월
‘미국 동부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를 배경으로 87구역이라는, 아이솔라 시 내에서도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구역을 관할하고 있는 ‘87분서’ 수사반의 활약을 담은 소설이다. 20세기에 경찰 관련 소설을 썼던 모든 작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시리즈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