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60세 펑크 뮤지션에게 남긴 것은

환갑을 넘긴 엔도 미치로는 펑크(punk) 밴드 ‘더 스탈린’의 리더다. 그룹명처럼, 그는 ‘좌파적 메시지’을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곡마다 때려 부수고, 바꾸고, 전복하자는 가사로 도배돼 있다.

60세가 넘어도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사회적 메시지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보는 눈’이다. 2011년 환갑을 맞아 전국 투어에 나선 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공연이 중단되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급진적인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기보다 그 생각과 함께하는 행동이 어때야 하는지, 사람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현재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의 깊이가 달라진 셈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하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자 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부터 다시 인생을 훑기 시작한다. 기타 하나 메고 공연할 수 있는 곳이면 거리든 주방이든 작은 카페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래하고 사람들과 교감한다. 엔도는 6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인생을 알기 시작했다.

그는 8월 15일 후쿠시마에서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페스티벌도 기획했다. 그가 이날을 ‘특별하게’ 지정한 것은 전후 세대가 ‘아픔’을 경험한 유일한 사건을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전쟁의 의미를 아는 우리 세대가 이 같은 참사를 경험할 때 느끼는 반복적 아픔을 전후 세대는 잘 모를 것 같아 이날을 통해 다른 세대 간의 교감을 만들어보자는 게 이유였어요. 그러면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들을 다시 한 번 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펑크 음악을 통해 무작정 내질렀던 반항은 이제 어떤 합리적이고 그럴듯한 명분과 행동을 등에 업고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엔도는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후쿠시마 어미니 집도 다시 찾는다. 90세를 앞둔 어머니 앞에서 어머니가 기억하는 아들의 모습을 듣고,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엔도의 기억 속에 어머니는 여전히 껄끄럽다. “어머니가 제게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그냥 제게 ‘적당히’ 잘하고 ‘크게’ 나무라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제가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알쏭달쏭한 표현은 그의 곡 ‘어머니’에서도 ‘이중적 해석’으로 드러난다. 영화에서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이 곡의 라이브 장면은 ‘어머니가 끓여준 그 된장국이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같은 그리움에 사무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이젠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잊었습니다’라는 각을 세운 후렴구로 이어진다. 이 노래를 부를 때 그의 정체성은 펑크 뮤지션이 아닌 ‘펑크’ 난 인생에서 기로에 선 주인공 같다.

대지진으로 인생을 다시 돌아본 주인공의 삶은 파편으로 시작된 밀알 하나가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1985년에 해체된 더 스탈린은 다시 뭉쳐 사람들 앞에 섰고, 그의 노래도 계속 불타올랐다. 고통 속에 피어난 희망은 언제나 값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