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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신화-공순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MT서재]'공장과 신화'

MT서재 머니투데이 홍찬선 상무 |입력 : 2016.11.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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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신화-공순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요즘 20대 이하 젊은이들은 아마도 ‘공순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 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죽은 말(死語)’이 돼버린 단어이니 말이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근대화 현장에 있었던 50대 이상 장년층들에게 ‘공순이’는 시대의 생생한 아픔으로 기억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종신(終身)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 ‘YH 여공들의 신민당사 농성’(1979년 8월)은 ‘공순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모순이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공장과 신화'(학민사)는 잊혀져가고 있는 ‘공순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1970년대 영등포공단의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민주화 이야기다.

저자는 2002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민주화보상 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일 롯데 해태 여성노동자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 노동운동을 통해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검증하고 심의한 뒤 기여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하는데, 정부와 해당기업에 관련 자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 ‘공순이’들의 체험담과 야유회 사진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들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공장과 신화'에는 공순이들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보여주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다락방, 닭장 집, 타이밍, 센타 … 등이 그것이다. 이 말만 들어서는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 작업 및 주거환경인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먼저 다락방이다. 다락방 하면 대부분 멋있는 집의 방위에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60, 70년대 공장에서 다락방’은 열악하다 못해 공순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죽음의 작업공간을 가리킨다. 단층의 작업공간을 합판으로 위와 아래로 나누어 천장 높이는 1.5m. 정도밖에 안돼 똑바로 설 수도 없다. 한 평(3.24㎡)에 평균 4명이 재봉틀을 놓고 일하는데다, 추울 때는 창문을 모두 닫고 일한다. 먼지를 많이 마시고 하루에 18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각혈(咯血)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닭장 집. 임대료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방 하나에 3, 4명이 함께 살면서 주방 화장실 수도를 공동으로 쓰는 게 닭장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셋째 타이밍은 정말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잠 오지 않는 약’의 별명으로 각성제를 가리킨다.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하고 혈압을 올리는 약이다. 타이밍은 중독증이 있고 장기적으로 먹으면 두통과 복통은 물론 환각과 정신분열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약이다. 하지만 일하다 졸면 관리자에게 뺨을 맞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게 된다.

마지막으로 센터. 이는 퇴근할 때 몸을 뒤지는 검심(檢身)을 뜻한다. 과자나 옷을 옷 속에 감춰 나갈지 모른다는 이유로 밖에서 훤히 보이는 수위실에서 온몸을 더듬거나 지갑 구두 속까지 살핀다. 근로자의 인권은 간 데 없고 인격모독이 심각하기 그지없었던 현장이다.

돈 벌어 오빠와 동생 학비를 대고, 자신도 예뻐지고 공부하겠다는 꿈을 갖고 서울의 공장으로 향했던 공순이들. 하지만 우리의 언니 누나들인 공순이에게 서울의 공장은 ‘수출과 근대화를 위해 봉사하는 곳’일 뿐 그들의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장과 신화'는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공순이들의 노동현장을 되살림으로써 이제는 역사가 된 ‘공장의 신화’를 고발하고 있다. 이런 고발을 통해 근대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순이들의 삶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향후 산업현장에서도 이런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공장과 신화=이영재 지음. 학민사 펴냄. 392쪽/1만9000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1월 4일 (09:02)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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