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꺼내고 기름칠하는 ‘미라’, 제작기간만 70일

'이집트 보물전'에 전시된 '미라'. 사후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이집트인의 욕망이 미라를 통해 드러난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영화에서 만나는 미라는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다. 주검을 천으로 똘똘 말아 영구보존하는 미라의 이집트 신화가 현실에 응용되면서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미라는 그 자체로 포장된 주검일 뿐이다. 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일단 나일강 물로 깨끗이 씻은 주검은 향이 좋은 대추야자술로 다시 닦는다. 이후 주검의 옆구리를 칼로 조금 잘라서 심장을 제외한 모든 장기를 카노포스 단지에 담는다. 여기까지만 봐도 ‘살아있는 시체’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풀린다. 천연소금을 주검 안에 채운 뒤 40일 동안 건조하고 다시 나일강 물로 씻으면 주검은 사람의 피부처럼 탄력이 생긴다. 이제 몸에 톱밥, 나뭇잎, 아마천 등을 채워넣고 다시 기름을 바른 뒤 아마천으로 주검을 감는다.

이집트인들은 이렇게 완성한 미라를 관에 넣고 죽은 이가 사후세계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랐다.

이집트인들은 빈부와 상관없이 더 화려한 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중산층의 경우 1년치 급여를 털어 관 제작 비용에 투자했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20일부터 시작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집트 보물전’은 사후세계에서도 살고 싶어한 이집트인의 욕망과 예술, 의식이 오롯이 드러나는 현장이다. 현재의 삶보다 사후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들은 장례의식을 삶의 첫손으로 꼽았다. 가난한 이들조차 이 의식을 위해 값싼 재료에 도금하거나 색을 칠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 영원한 삶을 꿈꾼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과 2년여 협의 끝에 준비된 것으로 고대 이집트 사람과 미라를 비롯해 화려한 관과 조각, 장신구 등 총 229건이 선보인다.


사후세계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믿음은 신화에서 출발한다. 태초의 왕인 오시리스가 동생 세트에게 살해당한 뒤 아내 이시스에 의해 되살아나 사후세계의 왕이 된다는 이야기가 영생의 삶을 꿈꾸게 한 계기다. 이렇게 주검이 미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더 화려하고 신비롭게 전개됐다. 주검이 완전한 탈수 상태의 미라로 만들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70일 정도다.

내세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인형 '샵티'(왼쪽), 가족상 등 '껴묻거리'가 미라와 함께 포함됐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상류층은 장례도 성대하게 준비했다. 사후에서도 풍요롭게 살기를 바랐던 이들에겐 주검뿐 아니라 장신구나 화장도구, 샵티라고 불리는 인형 등 소위 ‘껴묻거리’가 함께 첨가됐다.

이집트 미라 문화에 가장 독특한 점은 동물 미라다. 껴묻거리의 일종인 가족상에서 아내조차 남편을 받드는 하찮은 존재로 묘사하는 것과 달리 동물에 대해서만큼은 신성시했다. 그들은 동물이 인간과 함께 창조됐다고 믿었고 신과의 소통에 가교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고양이, 매, 따오기 등의 미라와 관에선 동물을 향한 인간의 애착과 숭배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집트의 독특한 문화 유산 동물 미라인 고양이 관.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화려한 미라 관을 얻기 위해 중산층이 지급해야 했던 비용은 1년치 급여 정도로 알려졌다. 사람의 모습을 본뜬 관의 가슴 부분은 매의 머리가 있는 둥근 장식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는 날개를 활짝 편 대머리독수리가 표현돼 있다. 그리고 자칼이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앉아 있는 모습도 포함됐다.

김규동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은 “이집트 사람들의 영생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누구보다 강했다”며 “미라의 재료를 훔쳐 재활용한 사례가 있을 만큼 빈부와 상관없이 사후세계의 삶을 동경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꾸몄던 ‘파라오와 미라’에 이은 두 번째 이집트 특별전으로 내년 4월9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영원한 삶과 미라’ 등 총 6부로 나뉜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대학생과 청소년 1만1000원, 초등학생 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