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자동차, 히터 엔진...소음은 옛날에 비해 늘었지만 소리는 현저히 줄었다. 사라진 소리만 해도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메밀묵, 찹쌀떡, 뻔데기, 뻥이요, 머리카락 파세요, 채권삽니다, 아이스께끼나 하드, 수박이 왔어요, 참외가 왔어요...모든 거래의 시작이 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회당 종소리, 두부 장사 종소리, 엿장수 가위 소리, 약장사 북소리...소리들도 다양했다. 친구 집 앞에서 아무개야 놀자, 부르는 소리, 이 놈의 새끼들이 한번 놀러 나가면 집구석에 들어올지를 모른다며, 아무개야 밥 먹어라, 그악스럽게 외치는 엄마들의 소리, 뭘 잘못했는지 악을 쓰며 울면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싹싹 비는 소리, 비닐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우박 소리, 명절에 폭음탄 터지는 소리...소리가 곧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층간소음처럼 소음에는 불화가 따르지만 소리에는 사람살이의 정겨움이 묻어있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마질 소리, 쌀 안치는 소리, 또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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