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껴서 공항으로"…경기침체에도 해외여행 최다

4일간의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임성균 기자

'소비절벽'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해외로 떠나는 여행수요는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해외로 여행을 떠난 관광수요는 역대 최다 수요를 경신했다. 여행업계는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경험에 투자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국내 양대 여행사로 꼽히는 하나투어·모두투어에 따르면 올해 1월 해외여행 수요는 각각 34만명, 19만명을 기록, 양사 모두 역대 월 최대 수요를 경신했다. 하나투어 측은 "지난해 1월 30만3000명이었는데 올해 13.3%가 늘어났다"며 "1년 만에 최대 기록이 경신된 셈"이라고 밝혔다.


항공권 판매량도 늘었다. 하나투어의 항공권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18만9000여장을 기록했다. 모두투어도 10만4000여장을 판매, 최다판매를 기록했다.

표=하나투어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역별 비중은 일본(40%), 동남아(36.4%), 중국(13.2%) 순으로 다른 월에 비해 단거리 여행지 비중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방학을 이용해 도쿄나 오사카, 동북지역 등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는 개별자유여행객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설 연휴 기간에도 북큐슈와, 오사카 등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이 45.6%로 가장 많았다. 태국 등 동남아(34.5%)와 홍콩 등 중국(11.1%)이 뒤를 이었다.

표=모두투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선호도가 높아진 지역은 유럽, 남태평양, 미주 지역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세 지역은 각각 44.2%, 39.7%, 3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행업계는 2~3월에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2월 해외여행수요는 전년 대비 23.6%, 3월은 31.8%의 수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역시 "2~3월 모두 지난해 대비 30% 넘는 예약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처럼 해외 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과 관련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과감히 소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물건을 많이 소유하지 않으려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더 많이 경험하고 추억을 쌓으려는 경향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