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관광지형…유커 줄고 싼커·무슬림으로 '선회'

할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무슬림 가족. 무슬림 관광객이 지난해 98만 명을 기록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공백을 이을 차선책으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무슬림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할랄 식당 등 불만 사항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무슬림 관광이 예사롭지 않다. 관광의 충성 고객인 단체 중국 관광객이 '사드 배치'라는 정치적 문제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무슬림 관광객이 중국 고객의 공백을 메우는 차선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전년의 77만 명에서 33% 증가한 98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외래 관광객 증가율 30.3%를 넘는 것으로, 관광객 비중에서 비주류로 인식되던 무슬림 관광객이 주류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 현황을 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74만 명,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 16만 명, 구미주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8만 명이 각각 방문했다.

실태 조사에선 무슬림 63%가 개별 관광 형태를 띠었고 주요 방문지는 서울(93.1%)이었다. 무슬림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92점이며 72.4%가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늘어난 관광객 400만 명 중 200만 명이 중국 관광객이고, 98만 명이 무슬림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무슬림 수요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공사 측은 잠재적 무슬림 시장의 폭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올해 증가 폭은 예년과 비슷한 17.3%인 110만 명으로 잡았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33% 성장은 메르스 영향으로 반사 이익을 본 측면이 강했다”며 “올해 이 시장이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어 보수적으로 평균치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사 측이 올해 이란과 카자흐스탄 등 중동 지역에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 40억 원에서 올해 1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리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 예상외의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사 관계자는 “무슬림 인구의 상당수가 중산층이고, 의료 관광이나 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아 올해 방한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할랄 음식점 등 불만 사항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관광 산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단체 중국 관광객(유커)이 줄고, 개별 중국 관광객(싼커)과 무슬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관광 산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 관광객은 전체로 보면 늘었다. 단체가 줄긴 했지만, 개별 여행객이 60%까지 늘어 전체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10월 2015년 대비 4.8%, 11월 1.8%, 12월 15% 각각 증가했다. 무슬림 관광객도 개별 여행객이 60% 정도여서 개별 여행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공사 관계자는 “정치적 문제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수요가 최대 40%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중국과 무슬림의 개별 여행객을 모으기 위해 다각적인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