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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수의 의미' 들여다봤죠"

사비나미술관, 유현미 개인전 '수(數)의 시선'…다음달 7일까지

액자세상 렌즈세상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 2017.03.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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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작가가 작품 '수학자의 시선'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작품은 수학자가 바라본 세상을 상상, 구현해냈다. /사진=박다해 기자
유현미 작가가 작품 '수학자의 시선'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작품은 수학자가 바라본 세상을 상상, 구현해냈다. /사진=박다해 기자

"사실 숫자가 제일 오래된 언어잖아요. 지금도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이고요. 세계 정세가 움직이면 주가지수부터 폭락한다든가,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처럼요. 앞으로는 숫자의 의미가 점점 더 커질 것 같아요."

수(數)로 둘러싸인 현대사회에서 숫자에 대한 의미를 돌이켜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 유현미 작가의 '수의 시선'이다.

숫자를 입체적이고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해 온 유 작가는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는 숫자의 다층적인 의미를 되새긴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소재를 다루게 된다"는 그에게 숫자는 통역이 필요 없는, 세계 곳곳을 연결하는 공용어다.

"1은 '최고'란 의미도 있지만 '이기적'(selfish)인 느낌도 주잖아요. 0은 시작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유 작가의 작업은 설치예술인 동시에 회화와 사진의 요소가 모두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그는 거대한 숫자 모형의 조형물을 특정 공간에 설치한 뒤 해당 조형물과 공간을 통째로 색칠한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회화가 되는 셈이다. 이후 색칠한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했다.

그는 "맛있는 국물에서 여러 맛이 나는 것처럼 조각이 지닌 외형적인 아우라, 회화가 지닌 감성적인 표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의 특성 등 세 장르의 장점을 합쳤다"고 설명했다.


유현미 작가의 '수학자의 시선'. 사비나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박다해 기자
유현미 작가의 '수학자의 시선'. 사비나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박다해 기자


미술관 1층에는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상상, 구현해냈다. 온통 하얀색인 공간에 검은 선이 어우러진다. 곳곳엔 숫자 조각이 놓여있다. 일본 작가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물과 공간, 사람조차도 수학자만의 수식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다.

관람객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자신이 직접 거대한 드로잉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각자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구도대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 개인의 기억에 존재하는 수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지하에는 학교복도, 욕실, 강의실, 작업실 등에서 진행된 공간 드로잉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하얀 공간에 즉흥적으로 검은 테이프를 붙여 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담겼다. 면과 선, 백과 흑이라는 기본 요소에 집중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숫자로 구성된 세상의 우연한 질서와 이치를 발견하도록 한다.

유 작가는 "처음 숫자에 대한 철학을 알게 해 준 작품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다. 4번째 별에 수에 집착하는 어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숫자는 가장 세속되고 물질적인 것의 상징이었다"며 "숫자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언어 중 가장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수의 이러한 두가지 요소를 통해 예술 혹은 철학의 속성과 일치하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숫자는 우주의 원리이자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철학적 도구"라며 "인류 공통의 언어인 수를 아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융복합'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유 작가는 사진이면서 조각인 동시에 회화기도 한 독특한 작품을 보여준다"며 "미술관의 성격과 가장 잘 맞아 올해 첫 전시로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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