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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씁쓸한 창작욕…구민정·심래정의 '핑크 포이즌'

아라리오뮤지엄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전시공간서 영감 얻은 답답함·구토 등 표현

액자세상 렌즈세상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 2017.03.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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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만난 심래정(왼쪽), 구민정 작가. 그들은 공간을 보고 연상되는 답답함과 구토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사진=박다해 기자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만난 심래정(왼쪽), 구민정 작가. 그들은 공간을 보고 연상되는 답답함과 구토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사진=박다해 기자

지하로 이어진 좁고 어두운 공간, 팔을 잘라 만든 '인육'샌드위치를 먹는 낯선 그림이 관객을 맞는다. 그림 작품들로 이어진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면 이내 밝은 노란색 공들이 쏟아지는 듯한 풍경을 만난다.

같은 공간을 두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두 젊은 작가 심래정·구민정의 작품이다. 두 작가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핑크 포이즌'전을 통해 각자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다.

13일 만난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에서 만난 두 작가는 모두 "전시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심 작가는 허름한 공장의 지하실을, 구 작가는 인체의 장기를 연상했다.

심 작가의 작품 '식인 왕국: 생산 공장'은 지난해 시작한 '식인 왕국'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인육 통조림'의 제조하는 과정을 의료용 비닐 같은 화면에 만화처럼 담아냈다.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의 어려움 등을 식인행위에 빗대 나타낸 연작시리즈 '식인왕국' 앞에선 심래정 작가/ 사진=박다해 기자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의 어려움 등을 식인행위에 빗대 나타낸 연작시리즈 '식인왕국' 앞에선 심래정 작가/ 사진=박다해 기자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뒤 '죽음'과 '신체'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이번 작업은 '죽음'이라는 큰 주제 안에 있는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인데 '식인행위'를 산업화, 구조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심래정)

그는 여러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좌절됐을 때 표출되는 좌절과 분노 등을 식인 행위에 빗댔다. 또 꽉 막힌 답답함을 표현하듯 자신의 작품을 미로처럼 배치했다.

지상 1층 천장부터 지하 1층 바닥까지 쏟아져 내리듯 설치된 구민정 작가의 회화 설치 작품은 색색의 오브제와 대형 회화 작품으로 구성됐다. 노란색 공들을 토해내는 듯한 모습은 공간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구 작가는 일상적인 재료를 감각적으로 조합해 공간을 재해석하고 가상의 풍경을 만드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는 "형태 하나하나가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그림과 공간이 상호 작용하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구민정 작가는 일상 속 다채로운 색깔의 재료를 활용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작품은 구토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박다해 기자
구민정 작가는 일상 속 다채로운 색깔의 재료를 활용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작품은 구토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박다해 기자

"'핑크 포이즌'이라는 전시 제목과 같은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귀여움'과 '구토'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잖아요. '귀여운 구토'라는 발상을 나타낸 거죠." (구민정)

아라리오 측은 "흑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드는 심 작가와 다채로운 색깔을 사용하는 구 작가의 작품을 대비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 현대미술에서 주목받는 두 젊은 작가의 신선한 발상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시명인 '핑크 포이즌', 즉 분홍색 약은 미국에서 주로 쓰이는 소화제 '펩토 비스몰'(Pepto Bismol)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아름다운 색감과 달콤한 향을 지니고 있지만 입에 넣는 순간 강렬한 쓴맛을 낸다.

아라리오 측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젊은 작가들에게 '약'이자 '독'일 수도 있는 '창작 욕구'를 펼쳐내는 장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라리오 관계자는 "젊은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자본의 제약으로 제한된 기회를 갖고 있고 현실도 불안정하다"며 "여러 한계 속에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창작 욕구는 축복인 동시에 재앙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촉망받는 젊은 작가나 다시 조명해야 하는 기성 작가 등의 전시를 이어간다. 이곳은 1970~1980년대 화단의 주요 작가나 실험적인 작가들에게도 전시 기회를 내줬던 '공간화랑' 자리로 해당 공간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는 6월 1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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