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몸에 남은 유일한 장기 '심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

머니투데이

신혜선 VIP뉴스부장

이집트 보물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4월 9일까지 열린다. 이미 30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두아트'에 가기를 열망했다. 두아트에 들어가고자하는 사람은 죽기 전에 자신이 '마아트'에 따라 살았는지를 판단하는 최후의 심판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완전히 소멸되거나 태양신과 아포피스의 싸움을 영원히 지켜보며 살아야 했다. 심판에서 저울에 올려진 죽은 자의 심장이 깃털의 무게와 같아야 한다.

'테티'의 관(기원전 1339~1307년경). 주인공 테티는 위대한 장소의 시종이다. 이들은 데이르 엘메디나에 살면서 왕가의 계곡 무덤을 단장했던 장인이다. 중산층에 속한 테티가 이런 고급스런 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략 1년치 급여를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슴 부위에는 매의 머리가, 그 아래에는 날개를 활짝 편 대머리독수리가 표현돼있다. 온 몸이 검은색으로 표현한 자칼이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앉아있다.

"태초의 이집트 왕은 오시리스다. 오시리스 즉위 28년째, 동생 세트는 이상적인 통치자로 우러름을 받는 왕을 질투해 형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왕의 몸 치수를 몰래 잰 뒤 그와 똑같은 인간 형상의 상자를 만든다. 세트는 상자가 완성된 후 오시리스를 초대해 파티를 열고, 상자가 몸에 딱 맞는 이에게 그 상자를 선물로 준다고 말한다. 다른 손님 모두 상자에 들어갔으나 몸에 맞을 리 없다. 오시리스가 상자에 들어가 딱 맞는 게 확인되는 순간, 세트의 무리는 상자 뚜껑을 덮고 납으로 봉해 나일강에 던진다. 왕은 익사했다. 왕비 이시스는 나일강을 샅샅이 뒤져 관을 찾는다. 마법으로 오시리스를 잠시 살린 왕비는 왕의 아이를 잉태했다. 이시스는 태어난 아기 호루스를 악어, 뱀, 전갈 등이 있는 강변 갈대밭에서 몰래 키운다. 후에 이시시는 삼촌 세트를 물리치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 아버지 오시리스는 지하 세계의 왕으로, 그의 아들 호루스는 이집트의 왕으로 각각 통치한다. 태양신 레는 창조의 신, 삶과 죽음의 신 자격으로 현실과 사후 세계를 24시간 이동하면서 이들이 통치하는 이승과 저승을 묶는다."

# 미라의 시작, 3천 년에 걸쳐 완성된 신화의 힘

미라 역시 부와 권력에 따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가우트세셰누'의 내관(기원전 700~650년). 여러 신이 그려져 있는 화려한 문양을 했다. 사진 오른쪽은 나무로 만들어진 미라 덮개(기원전 1295~1185년경). 주인공은 왼손에 생명을 상징하는 앙크를 쥐고 있다.

이집트 신화 '오시리스와 이시스' 이야기다. 이 신화는 한꺼번에 쓰인 게 아니라 '피라미드 텍스트'로 알려진 문서를 시작으로 3천 년에 걸쳐 기록된 글이 조금씩 모여 완성됐다.

신화는 '살아있는 주검' 미라를 핵심으로 한 이집트식 관과 장례문화의 시초다. 이들은 사후 세계와 영혼불멸을 믿었다. 불멸의 삶을 위해선 육신이 필요했으니, 주검을 썩지 않는 미라로 만드는 일이 그 시작이다. 더불어 사람만이 아닌 태양, 동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의 미라와 이집트 보물이 9년 만에 한국에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009년에 연 '파라오와 미라'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이집트 보물전'은 미국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200여 점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 25일 기준, 관람객이 30만 명을 돌파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은 현대인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깃털무게만큼 가벼운 심장만이 영생을 얻는다."

전시회는 이집트 신화와 장례문화를 통해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신앙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더불어 사후세계 역시 현실의 부와 권력에 의해 차별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동물과 자연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으로 삼은 그들의 지혜가 나일강의 문명을 일으키고 오랫동안 지속시킨 힘임을 알려준다.

여기서 퀴즈 하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검을 미라로 만들기 전 장기나 수분(혈액 등)을 모두 빼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단 하나의 장기는 그대로 둔다. 그것은 무엇일까. 답은 심장이다.

카노푸스 단지(기원전 664~525년) 미라에서 제거한 신체 내 장기를 보관하는 용도. 한세트가 네 개로 이루어져 이으며, 단지의 각 뚜껑은 오른쪽부터 호루스의 네 아들인 두아무테프(자칼), 임세티(사람), 케베세누프(매), 하피(개코원숭이)로 표현된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심장을 제외한 모든 장기를 꺼냈다. 꺼낸 장기는 '카노푸스' 단지에 별도로 보관한다.

불멸을 꿈꿨다고 모든 사람이 영생을 얻는 건 아니다. 이집트인들이 규정해놓은 정의, '마아트'(살인하지 않고 훔치지 않은 등. '사자의 서' 제125장 기록)에 따라 살지 않으면 사후 생을 보장받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한다. 죽은 자가 마아트 대로 살았는지 확인받은 역할이 바로 심장이다. 죽은 자의 심장은 저울에 올려져 심판받는데, 마아트를 상징하는 깃털과 무게가 같을 때만 영생을 얻을 수 있다.

전시회에서는 장기추출 방법 등 70일에 걸쳐 미라를 만드는 법부터 600여년 전 발견된 미라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뱀, 악어, 고양이, 따오기 등 그들이 신성시한 동물의 미라도 볼 수 있다.

동물 미라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유물 중 그 수가 가장 많다. 이집트인들은 동물은 열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동물은 현세와 영적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혼의 일부 그 자체이거나(바), 그것을 포함하는 존재로 생각했다. 살아있거나 죽더라도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물 미라를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인 '네체르'는 신이라는 단어이기도 하다. 사진은 '따오기의 관 조각상'(기원전 664~30년) 관 뚜껑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관 안에 따오기 미라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