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윤이상' 위해 모였다…'통영으로 옮겨진 우주'

1일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 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이 첫 번째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특별한 단체가 연주를 선보인다.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Isang Yun Soloists Berlin). 말 그대로 '윤이상'을 연주하고 기리는 음악가들의 프로젝트성 연주 단체다.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1일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 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과 드뷔시의 곡을 연주하고 민요 공연을 선보였다. 4일에도 윤이상과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한다.

이날 연주된 윤이상의 곡은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트리오'(1992), '낙양'(1962), '협주적 단편'(1976)이다. 모든 곡에서 윤이상의 악상이 강렬했다. 길게 늘어지는 주요음들 사이로 각각의 악기가 화려한 변주를 시도하며 '정중동'의 미학을 완성했다. 음은 산발적으로 시작했다가 한 데로 모이기를 반복하며 독특한 악곡을 형성했다.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트리오'는 윤이상 말년에 남긴 작품으로 그의 음악 양식의 정수가 담겼다. 동서양의 음악 양식을 고루 답습한 이 곡은 '첼로 협주곡'(1976)과 비슷하게 이상적인 '도(道)'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나타난다. 3악장으로 구성된 '낙양'은 유럽 아방가르드 음악에 속하지만 한국적인 화음과 전통악기인 박(拍)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서양악기도 한국 전통악기를 흉내내는 듯한 음형을 그려낸다. '협주적 단편'도 음향층을 구성하는 개별음들이 한국적 조화를 이룬다. 악기의 개별음들은 서로 엇갈리고 튀어나오는 불완전함의 미학 속에서 함께 호흡한다.

1일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 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이 윤이상의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트리오'(1992)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지난 30년간 윤이상을 연구해 온 '윤이상 연구자'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의 주도 하에 탄생했다. 윤이상의 곡을 후대에 전수하고 그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국제윤이상협회의 회원들, 그리고 윤이상의 옛 제자들로 구성됐던 베를린 윤이상 앙상블 옛 단원 등 약 15명이 모여서 만든 단체다.


이날 윤이상의 옛 친구인 플루티스트 로스비타 슈터게와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도 무대에 올랐다. 많은 연주자들이 어려워하는 윤이상만의 독특한 기보법도 관록있게 소화해냈다.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윤이상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슈파러는 "윤이상의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만든다"며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여러 소리, 음색, 음영, 뉘앙스, 장식적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의 소리만으로도 살아 숨쉬며 그 자체로 역동적인 우주를 창조해낸다"고 평가했다.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형성됐지만 독일에서도 연주회를 이어나가며 윤이상의 곡을 알리고 보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