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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80명=빈자 36억명” 재산 등식…0.001%에 허락된 ‘부의 비밀’

[따끈따끈 새책] ‘슈퍼허브’…금융 거물들의 조직, 인맥, 그리고 권력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4.1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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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80명=빈자 36억명” 재산 등식…0.001%에 허락된 ‘부의 비밀’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조지 소로스는 런던경제대학교를 나왔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런던의 모든 가문에는 일자리를 차지할 똑똑한 조카 한 명쯤은 있었기 때문. 소로스의 눈엔 런던의 기득권층이 ‘지적 족벌주의’를 행사하는 것으로 비쳤다. 나중에 일자리를 얻어 결국 헤지펀드 운용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뒀지만, 결함은 여전히 존재했다.

바로 네트워크였다.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이 지니는 가장 배타적이고 강력한 자산은 개인적 관계로 구성된 고유한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소로스는 금융만으로 부시나 마가렛 대처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사상계의 리더로 군림하는 것이었다. 칼 포퍼의 사상을 토대로 ‘재귀성 이론’(인간의 편견이 현실에 반영되고 그렇게 해서 왜곡된 현실이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쳐 불균형을 일으키는데 그 불균형은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닫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고안해 낸 그는 점차 언론에 이름을 알린 뒤 이번에는 열린사회재단을 통해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치명적 갈등을 예방하는 국제위기그룹과 부패를 감시하는 국제투명성기구를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슈퍼허브’라는 최상위 네트워크에 안착했다. 세계 경제가 유명 경제학자나 고급 관료들로 구성된 합리적 금융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환율, 국제유가, 국가신용도 등 경제 흐름을 직접 결정하는, 정치·경제의 실제적 권력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이들은 슈퍼허브(Superhub)라고 불린다. 슈퍼허브는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극소수의 금융 거물들이다.

교점(node)은 네트워크의 요소다. 여러 연결관계를 지닌 일부 교점은 허브로 불린다. 이를테면 직책 때문에 잘 연결된 고위 인사들은 허브다. 슈퍼허브는 대형 은행의 CEO처럼 금융부문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교점들은 이미 더 많이 연결된 다른 교점에 결부되기를 선호한다. 연결선이 많을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슈퍼허브의 원형으로 통하는 소로스는 지난 20년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법을 아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네트워크 중 하나를 구축했다.

JP모건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 세계 최대 자산관리사인 블랙록의 회장인 래리 핑크도 네트워크 권력을 활용해 역사를 만들고, 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스위스연방공과대학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선택받은 소수의 금융기관은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상당 부분 통제한다.

변호사이자 금융 전문가인 저자 산드라 나비디는 4년에 걸친 취재와 자료 조사,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 경제를 움직이는 최상층 인물들의 사생활과 경영 스타일, 대인관계와 성격, 권력 유지법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1810명의 억만 장자들이 있으며 이들의 총자산은 6조 5000억 달러(570조 원)에 이른다. 옥스팜에 따르면 현재 세계 36억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진 재산을 세계 최고 부자 80명이 보유하고 있다. 최상위 1% 부가 나머지 99%의 부를 넘어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부가 가능한 한 가지 확실한 이유는 돈, 권력, 인재, 정보 등 모든 것이 그들에게 연결되는 슈퍼허브라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슈퍼허브들은 실제로 경제를 ‘만들어’낸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선도적인 첨단 위기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정보 허브가 됐고, 이 정보에 자본이 몰려드는 바람에 2015년 기준으로 운용 자산이 4조 7200억 달러(5380조 원)에 달했다.

슈퍼허브의 조건은 경쟁심이나 끊임없는 도전 같은 개인적 성격과 함께 권력 획득이라는 내적 욕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높은 명성도 필수 요건이다.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이 62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도 밀려나지 않은 것은 금융계의 유능한 리더라는 명성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다져진 관계자본은 비가시적 네트워크 자산이다. 슈퍼허브들은 비밀 사교모임인 ‘스컬앤드본스’ 회원이고, 뉴욕의 어퍼 이스트사이드, 코네티컷 주 그린위치 등에 몰려 산다. 또 소수 회원만 이용 가능한 시타라스 피트니스에서 건강관리를 하고 시그램 빌딩의 포시즌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대규모 금융위기가 말해주듯, 부작용의 가능성은 변화에 저항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단단한 보호 시스템에 의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저자는 “기회, 정보, 부의 격차가 갈수록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슈퍼허브라는 거대한 시스템도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슈퍼허브=산드라 나비디 지음. 김태훈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376쪽/1만6000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14일 (06: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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