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삶도 발레로? 6월, 발레 매력에 빠진다

발레를 보고 즐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향연이 펼쳐진다. 다음 달 8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선 고전 발레부터 다채로운 시도를 펼친 모던 발레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남성안무가들의 작품으로 전체 공모 선정작 7개 중 6개를 차지한다. 김용걸댄스시어터는 은퇴한 발레리나와 은퇴를 앞둔 발레리노의 이야기를 담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을 선보인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절실하게 살았던 안무가의 삶, 발레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서전과 같은 작품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안무가 제임스 전의 작품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극발레 '한여름밤의 꿈'을, 와이즈발레단은 현대인들의 열망과 갈등, '미생'들의 애환을 담은 '더 라스트 엑시트'(The last exit)를 무대에 올린다. 홍성욱 안무가의 이번 작품은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를 변용해 정장을 입은 신입사원 백조들의 군무를 펼쳐보인다.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문병남 안무가의 탄탄한 안무로 안중근의 고뇌와 아픔, 삶과 희생을 그려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강미선, 실력파 무용수 윤전일과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김지안이 합류한다.

무용수 출신 사진작가 박귀섭과 국립발레단 출신 신현지가 호흡을 맞춘 작품 '모멘트'(신현지B프로젝트)는 사진 속 무용수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 '평범한 남자들'(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은 발레와 현대무용의 조화를 보여준다. 클래식과 일렉트로닉,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위에서 펼쳐지는 군무는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깬다. 오염된 호수에서 백조는 멸종되고 흑조만 살아남는다는 설정의 '블랙 스완 레이트 R'(이루다 블랙토 프로젝트)도 기대작이다.


초청 안무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기획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워싱턴발레단 출신 중견 안무가 조주현과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김세연은 '여인의 삶과 죽음'이란 주제의 작품을 준비했다.

조주현의 '동행'은 자신의 외증조모가 남긴 수백 편의 글을 모티프로 했다. 부모의 딸, 한 남자의 여인,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대가족의 할머니로 살아온 외증조모의 삶이 임종 진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조주현은 한 여인의 삶에서 더 나아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이란 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서양 예술의 정수인 발레에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하는 고민을 해 온 안무가 김세연은 죽음에 사로잡힌 한 여인, 그녀를 지키는 신비스러운 존재,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여인이 보여주는 갈등과 어둠을 매혹적인 춤으로 그린다.

이밖에 국립발레단의 '발레 갈라'와 '스파르타쿠스',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등 초청공연도 만날 수 있다. 발레리나 김지영과 발레리노 엄재용의 발레 체험 클래스, 사진작가로 변신한 발레리노 김경식의 '발레&이마쥬' 강연, 무용수 재활트레이너 박태순의 '무용과 재활' 강연 등 부대행사는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