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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이스탄불에서 꼭 들려야 하는 곳

<67> 황홀한 풍경의 돌마바흐체 궁전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입력 : 2017.06.10 09:47|조회 :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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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여행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수단이다. 여행자들이 전하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는 흥미와 대리만족을 함께 안겨준다. 이호준 작가가 전하는 여행의 뒷얘기와 깨달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돌마바흐체 궁전의 제1문/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돌마바흐체 궁전의 제1문/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터키의 이스탄불은 매력적인 도시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다.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고 동로마 제국이 1000년 이상 번성을 누린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 문화 위에 이슬람 문화가 얹히면서 독특한 유산을 낳았다. 이스탄불에 가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은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다. 인근의 예레바탄 지하저수지(지하궁전)이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톱카프 궁전, 그랜드 바자르 등도 명소 중의 명소다.

하지만 나는 돌마바흐체 궁전도 꼭 가보라고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터키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가 집무를 보던 중 사망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에 관심이 크지만, 궁전 특유의 아름다움 역시 그 어느 곳 못지않다.

대부분의 유적들이 이스탄불의 유럽 쪽 구시가지에 몰려있다면 돌마바흐체 궁전은 갈라타 다리를 건너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올라가는 신시가지에 있다. 궁전 외곽, 바다와 닿아 있는 전망 좋은 곳의 야외 카페는 특히 인기가 많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건너편의 아시아 땅과 바다 위의 유람선들이 어울린 그림 같은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차에서 내려 궁전 본관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법 오래 걸어야 한다. 화려한 문도 두 곳이나 통과한다. 궁전은 다른 오스만 건축양식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유럽풍인데,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큼 호화롭다. 1843년에 착공해서 13년만인 1856년에 완공했다. 들어가는 내내 마음을 빼앗길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연못 앞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은 환상적이다.

궁전에 들어갈 때는 입구에서 덧신처럼 생긴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준다. 신발에 씌우라는 뜻이다. 터키 사람들이 궁전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문을 들어서면서 사진을 한 장 찍는데 경비원이 급하게 다가온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No Photo!” 이스탄불에는 이렇게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곳이 몇 곳 있다. 그래도 성소피아 성당 내부를 촬영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관람은 1층 입구에서 시작하는데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올라가면 화려한 내부 풍경이 펼쳐진다.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는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할 정도로 크고 호화롭다. 이 궁전을 지을 때 내부 장식에만 총 14t의 금과 40t의 은이 사용됐다고 한다. 총면적은 1만5,00m².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에서 보내왔다는 수많은 보석과 도자기, 그릇들이 눈부시다. 거북 껍질로 만든 수저도 있다. 거대한 곰 가죽은 러시아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연못 앞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연못 앞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거대한 시계 옆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다. 시계바늘은 9시5분에 멈춰 있다. 나를 이곳까지 부른 시계다. 궁전을 완공한 뒤 이곳에서 살았던 오스만 황제들은 모두 6명이었다. 터키공화국이 출범하고 난 뒤에는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이스탄불 집무실로 쓰였다. 그는 1938년 11월 10일 9시 5분 집무 중에 이곳에서 사망했다. 그를 기리기 위해 궁전의 모든 시계들은 9시5분에 멈춰 있다.

드디어 그랜드 홀에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천장을 보는 순간 누구나 와! 하는 감탄사를 아끼지 못한다. 탁 트인 공간에 매달린 엄청나게 큰 샹들리에. 돌마바흐체 궁전이 유명하게 된 것은 이 거대한 샹들리에도 한몫했다. 36m 높이에 매달려있는 이 수정 샹들리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것이다. 무게만 4.5t이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750개의 등이 달렸는데 1912년까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수백 개의 촛불을 켰다고 한다. 이곳에서 대형 연회가 열렸기 때문에 2층에는 연주자들의 자리가 있다. 지금도 그랜드 홀은 결혼식장으로 대여된다고 한다. 물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3회 정도 아랍의 부호들이 거액을 주고 빌려 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눈이 시원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바다에 푹 빠져 있다. 나도 함께 서서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본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궁전 자체가 아니라 궁전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보러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는 내 안에 꿈 씨 하나쯤은 파종하고 가야할 것 같다. 가슴에 바람을 들이며 천천히 걷는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이스탄불에서 꼭 들려야 하는 곳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6월 9일 (09:47)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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