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뿌리를 찾는 여정…“같은 조상인데 남남일 수 없어”

'여주이씨세계'(16세기 초반, 경주 독락당 소장). /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에서 손자로 전해져 증손, 현손 등을 거쳐 10세, 100세 이르게 되면, (중략) 한 분의 몸에서 나뉜 후손들이 길에서 만난 사람과 같은 처지에 이르게 되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경주정씨세보’(慶州鄭氏世譜), 1792년에 후손 우벽(宇璧)이 쓴 서문)


같은 조상에서 출발한 자손이 시대가 흘러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남남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조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결코 ‘남남’이 아니며 남남이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가문 구성원들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 중 하나가 ‘족보’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7일부터 ‘족보, 나의 뿌리를 찾아가다’라는 주제로 고문헌 기획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족보뿐 아니라, 그간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족보 관련 고문헌 66종이 선보인다. 4개로 구성된 섹션에선 족보의 역사를 비롯해 다양한 신분의 족보 엿보기, 유명 인물의 호만 모아 놓은 호보(號譜) 등 색다른 족보를 만날 수 있다.

족보의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계기록의 하나인 족도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여주이씨세계’(16세기 초반, 경주 독락당 소장)처럼 족도는 일반 족보처럼 칸을 그려 기록하지 않고 단지 계보만을 알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족보는 남성 중심으로만 기록하지 않았다.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녀가 속한 씨족의 가계를 수록했는데, 그것이 ‘내외보’(內外譜)다. 특히 ‘울산김씨내외보’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내외보로, 이번 기획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외손 가닥만을 수록한 족보’란 의미의 외손보‘금남최선생외손보’(1715년, 개인소장)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 발견돼 공개한다.

나주오씨참봉공파화수도(20세기 초·중반, 개인소장) /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

나주오씨 참봉공파 1650여 명을 나무의 뿌리와 잎의 형태로 표현한 나주오씨참봉공파화수도(20세기 초·중반, 개인소장)는 족보 오른쪽 끝에 누구의 자손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색인을 만들었다. 이런 형태의 계보도를 흔히 ‘화수도’(花樹圖)라고 부르는데, 나주오씨 시조부터 제24세까지 표기돼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연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한 사료로, 과거의 인물을 다루지만 현재의 자손들이 계속해서 새로 등록되는 현재 진행형의 기록물”이라며 “족보를 통해 ‘나’의 뿌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시는 오는 8월 27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