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경제신춘문예 (~12.08)KMA 2017 모바일 컨퍼런스 (~11.23)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관련기사1357

‘글’로 본 인권운동가 류사오보의 삶과 철학

다시 보는 지난 20년의 기록 ‘류사오보, 중국을 말하다’…독재엔 날선 비판, 인간에겐 겸손의 한마디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7.14 13:56
폰트크기
기사공유
‘글’로 본 인권운동가 류사오보의 삶과 철학

“시간의 저주 속에서/그날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십년 전 오늘 새벽은 피 묻은 옷으로 물들고/태양은 갈기갈기 찢긴 일력(日歷)과 같았다/~/50년 눈부신 영광에는/공산당만 있고 신중국은 없었다.”

‘천안문 사태’ 10주년을 맞은 1999년 6월 4일 다롄에서 류사오보가 쓴 시 ‘시간의 저주 속에서’의 일부다. 13일 61세로 생을 마감한 중국의 인권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는 뼈 속까지 인권의 결정체였다.

그는 중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딴 뒤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강의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개념을 육체와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머리로만 수용하지 않은 그의 인권 정신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방문학자로 체류 중이던 1989년, 행동으로 구체화했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귀국 길에 올랐고, 시위대 대표로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면서 고단한 인권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중국의 반체제인사, 학자 등 303명이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내용을 요구하는 ‘08 헌장’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그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음에도 수감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 ‘류사오보 중국을 말하다’(지식갤러리 펴냄)는 인터넷과 잡지에 기고한 20년에 걸친 기록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근대사부터 지금까지 암울한 중국 정치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중국인의 패배주의적 사고방식과 냉소주의식 사회 분위기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독설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고위 정치인부터 위대한 사상가인 공자까지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마오쩌둥과 후진타오 등을 향해서는 이렇게 일갈한다.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는 독재 권력에 어찌 인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중국 공산당은 정권을 잡은 후 지금까지 중국 인민의 삶과 생명을 담보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저급하다’며 날을 세운다. “독재정권이 내세우는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가장 저급한 외교정책이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 외교정책은 도의적인 책임은 저버리고 이익에만 연연하기 때문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세상에 군림하려는 천하주의 유전자가 공산당의 핏속에 흐르기 때문이다.”

공자를 향해 던진 비판에서도 그는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지 않았다. 류사오보는 공자를 “태평할 때 세상에 나오고 난세에는 숨는 ‘처세의 대가’이고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라고 깎아내렸다.

‘글’로 본 인권운동가 류사오보의 삶과 철학
책은 그러나 인권 정신이나 정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라는 그의 용기와 함께 서구 중심주의적 세계관, 특히 미국 편향에 치우친 사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류사오보가 이 책의 결론에서 드러낸 사상은 친미주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이 얻은 20세기 지도자의 지위는 식민지 점령과 약탈이 아닌 반식민지 운동과 자유민주주의 운동을 근간으로 이뤄낸 것”이라면서 “중국의 굴기(崛起)는 독일, 일본, 소련의 독재적 굴기에서 벗어나 영미식의 민주적 굴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소수의 공산당 부자들이 행하는 다수의 노동 착취, 거짓 신화에 도취한 중국 인민의 삐뚤어진 애국주의 등의 아픈 현실에 가감 없는 메스를 들이댄다.

차가운 의식에 감춰진 따뜻한 순정의 미학도 책의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당신의 영원한 죄수입니다/영원히 당신의 어둠 속에서 살겠습니다/~/나의 눈빛은 오직 당신의 어둠만을 사랑합니다”(‘나는 당신의 영원한 죄인’ 중에서)

체제엔 날 선 사상가였지만, 인간에겐 따뜻한 숨이었던 류사오보는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순간에도 ‘아내’에게 말을 건네며 인간을 향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