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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지옥’ 한국 사회의 ‘피상적 관계’를 까발리다

[따끈따끈 새책] ‘슈퍼피셜 코리아’…화려한 한국의 빈곤한 풍경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9.0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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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지옥’ 한국 사회의 ‘피상적 관계’를 까발리다
외국에선 흔히 한국을 ‘재미있는 지옥’에 비유한다.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하는 ‘지옥’ 같은 노동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술을 마시며 ‘즐기는’ 지구 상에 보기 힘든 ‘별종 국가’라는 의미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 문화(근래 많이 줄었지만)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을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로 본다. “난 약속을 줄였는데, 다른 사람은 줄이지 않는다”면서 네트워크 집단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을 제대로 빗댄 셈이다.

인맥과 학연이 여전히 강한 사회적 네트워킹의 중심에 놓여있는 한국 사회에서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관계를 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어쩌면 내일도 이어질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저자는 ‘슈퍼피셜(피상적) 관계’로 보고 그 바쁨과 피상성에 우리가 무방비 상태로 중독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스탠퍼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을 맡은 저자 신기욱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보고 느낀 시각을 통해 피상적인 한국의 오늘을 조명했다. 원칙에 대한 존중 없이 얕은 편법이 난무하는 사회, 외부인에겐 한없이 차갑고 끼리끼리 결속력은 지나치게 끈끈한 피상적 네트워크 사회에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안 되는 것도 없지만 되는 것도 없다.”

피상적 네트워크의 가장 큰 단면은 19대 대선 기간 후보 캠프에 몰린 ‘두더지페서’들이다. 학자의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교수 지위를 유지한 채 정치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실리콘밸리의 효율과 원칙을 지켜본 이의 눈엔 생경하기만 하다.

스탠퍼드 대학교수의 경우 매년 봄이 되면 지난해 교수로 활동하면서 ‘책무의 상충’과 ‘이해관계의 상충’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는지 보고할 의무가 있다. 공정하게 룰을 지키며 본질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원칙 없는 피상적 규제도 문제다. 한국의 국책연구소가 발주한 용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갖춰야 할 서류만 10가지 넘는다. 계획서와 예산안, 참여자 이력서 정도만 제출하면 되는 외국과 딴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필요한 규제는 예산 낭비와 효율성 저하를 유발하고 형식에 치중하다 보니, 내용은 갈수록 ‘슈퍼피셜’하기 십상이다.

저자는 혁신은 기술이 아닌 문화에서 나온다고 역설한다.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세상을 구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회 전반에 자유로운 분위기,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한데, 이의 부재가 한국 기업이 아직 ‘퍼스트 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추종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찾은 4가지 유의미한 키워드를 나름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두려움과 걱정에 갇히지 않는 ‘퍼스트 무버’가 첫 번째이고 ‘실패한 경험이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회복탄력성’이 두 번째 조건이다.

화려한 스펙보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한 가지 일에 전념한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미국 대학의 인재 선발 원칙처럼, 중요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바치는 ‘커미트먼트’도 중요한 요소다. 인종, 사회계층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통해 유연하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다양성’은 글로벌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요소다.

말로는 다양성을 앞세우면서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암묵적 배척 의식은 모난 돌에 내려치는 정의 행동이 정당화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외치는 ‘조용한 폭력적 사회’의 거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 안보에 대한 ‘피상적 관계’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에 둘러싸인 한반도 정책에서 가장 부족한 한국 외교의 가치가 자신감과 주도성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에 이득이 되는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공포와 불안을 에너지 삼아 굴러가는 사회일지 모르는 한국의 정체성을 다시 들여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사람들은 종종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지만, 그 현실을 이끄는 것은 상상력과 희망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피셜 코리아=신기욱 지음. 문학동네 펴냄. 252쪽/1만5000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9월 7일 (11:1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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