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지방자치 정책대상 (~10/15)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어디로? 여기로! 관련기사149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좀비를 향한 그들의 외침

[르포] 11월 5일까지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할로윈 축제’ 좀비 프로그램…귀엽거나 무시무시하거나

어디로? 여기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9.13 06:22|조회 : 6546
폰트크기
기사공유
에버랜드 할로윈축제 '블러드시티'. /사진제공=에버랜드
에버랜드 할로윈축제 '블러드시티'. /사진제공=에버랜드

#1. 지난 7일 오후 7시 에버랜드 ‘호러메이즈’. 어둠이 서서히 깔리자, 대기줄에 늘어선 관객들의 표정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무서워 봐야 얼마나 무섭겠어?” 간혹 들리던 농담 섞인 대화도 이미 입장한 관객의 제대로 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나서야 비로소 멈췄다.

입구에 들어서자, 치과에서 흔히 맡던 강한 소독 냄새가 콧등을 자극했다. 한 줄로 나란히 붙어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한 발 내딛기가 조심스러울 만큼 좁고 음산한 공간을 넘을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좁은 공간에 천장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지나가는 이의 머리와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 또한 숨 막히는 자극의 극점이었다.

어디서 나타날까. 좀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바짝 얼어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좀비는 소리 없이 나타나 눈만 마주치고 사라진다. 간혹 끈질기게 따라오는 좀비의 추적에 생존(?)을 포기한 이들은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같은 좌절의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비명은 출구 바로 앞까지 계속 이어지며 혼을 쏙 빼놓는다.

롯데월드 '호러 할로윈'. /사진제공=롯데월드<br />
롯데월드 '호러 할로윈'. /사진제공=롯데월드

#2. 지난 5일 오후 6시. 롯데월드의 좀비는 무자비하다. 메인 광장을 지나거나, 어느 특정한 공간에 숨어있거나 좀비들은 상상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준다. 어깨로 툭 밀치기도 하고, 성난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보며 진짜 좀비의 탄생을 알리려는 듯하다.

잘린 한쪽 팔로 기웃거리고, 내장을 드러내고 강렬한 전기톱 소리를 앞세우며 ‘위협’을 가하는 좀비들은 디테일까지 그 형태의 완성도를 자랑해 소름이 절로 돋는다.

할로윈 시즌을 맞아 서울과 경기 테마파크가 ‘좀비 월드’로 거듭나고 있다. 기괴하고 파괴적인 형체 자체가 주는 무서움을 넘어 각종 사연을 담은 듯 스토리 캐릭터까지 나오면서 실감 나는 공포가 연출되고 있다. 급기야 롯데월드에선 2m, 에버랜드에선 3m의 최장신 좀비들이 나서 관객 사이에서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5일까지 이어지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할로윈 축제’가 준비한 ‘즐거운 공포’의 순간을 만났다.

에버랜드의 3m 최장신 좀비. /용인(에버랜드)=김고금평 기자
에버랜드의 3m 최장신 좀비. /용인(에버랜드)=김고금평 기자

◇ ‘친근할 때와 무서울 때’ 에버랜드의 이분법 ‘예의범절’ 좀비

공포체험 공간으로 유명한 일본 노무라공예사와 함께 제작한 에버랜드의 ‘호러메이즈’는 시설이 주는 공포감이 탁월하다. 좁은 복도식 길목에서도 다음 방향을 읽기 어려워 길 찾는 과정 자체가 숨 막히는 체험이다.

4D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한 냄새, 좁은 공간 사이에 놓인 소품들은 좀비 출현 이전부터 공포를 점점 극대화한다. 이 공간에서 갑자기 전후, 좌우 좀비가 나타난다고 생각해보라. 존재만으로 기겁하게 만드는 짜릿함을 호러메이즈는 영리하게 구현해 냈다.

긴 복도 옆에 10여 개 방이 양쪽에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5000원의 싼 입장료로 들떴다가 수십 배 날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작정하고 만든 공포 체험 시설에서 좀비는 ‘배려’를 허락하지 않지만, 남녀노소 어우러진 개방 공간에선 인간보다 더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아무리 험악한 분장을 한 좀비라도 입장객 앞에서 무례하거나 몸 부딪히는 일이 없다. 사진을 요구하면 즉석에서 가장 예쁜 표정으로 관객과 만난다.

롯데월드의 할로윈 축제 음식들(왼쪽)과 에버랜드의 음식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롯데월드의 할로윈 축제 음식들(왼쪽)과 에버랜드의 음식들. /사진=김고금평 기자

에버랜드는 좀비 월드를 구현하기 위해 10만㎡의 대규모 호러 영화 세트장인 ‘블러드 시티’를 완성했다. 디자인, 조명, 음향, 특수효과 등 4박자로 극강 몰입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 종합 테마파크답게 공포를 맛볼 기회도 다양하다.

최고의 스릴을 자랑하는 티익스프레스와 아마존익스프레스는 밤에 호러 어트랙션으로 변신한다. 또 매일 밤 펼쳐지는 ‘크레이지 좀비헌트’에선 수십 명의 좀비들이 상황극과 함께 플래시몹 댄스를 선보인다.

가장 색다른 공포 경험은 맹수들이 사는 ‘사파리월드’다. 맹수가 퇴근(?)한 시간, 이곳은 ‘호러 사파리’로 변신해 버스에 탄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축제 기간 300여 종의 푸짐한 할로윈 특선 메뉴도 시선을 끈다. 좀비무덤떡볶이, 뱀파이어어묵우동, 꼬마유령핫도그 등 귀엽거나 무서운 맛이 오감을 자극한다.

롯데월드의 좀비. 영화 속 호러 생물체를 연상할 만큼 실감난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롯데월드의 좀비. 영화 속 호러 생물체를 연상할 만큼 실감난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 ‘생생한 역동의 존재, 살아있네!’ 롯데월드 좀비 ‘본능의 공포’

롯데월드 좀비의 가장 큰 무기는 생생함과 역동성이다. 좀비들은 어느 순간에도 긴장감을 늦추는 법이 없다. 보는 이가 깔깔거려도, 무관심으로 응대해도 좀비는 포식자의 위용과 이성 부재의 본능을 과감히 드러낸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순간에도 유리창에 아비규환으로 달려들고, 걸어가는 모습에서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삐딱한 걸음을 유지하는 태도에선 ‘노력상 100점’이 아깝지 않다.

극강 공포 체험시설 ‘좀비 팩토리’는 공간적 공포에선 에버랜드보다 덜 하지만, 좀비 활약상에선 우위다. 신체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찰나의 역동성이나 소리의 강도, 표정의 일그러짐 등 미세한 움직임이 영화 속 좀비의 형상과 비슷하다. 이곳에서 보게 되는 다리 한쪽 잘린 시체 등 실험실 소품도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식당 유리창에 매달린 롯데월드의 좀비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식당 유리창에 매달린 롯데월드의 좀비들. /사진=김고금평 기자

롯데월드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이는 ‘호러 할로윈2 : 히즈 백(He’s Back)은 어드벤처 구역에선 큐티 할로윈, 매직 아일랜드에선 호러 할로윈이 각각 펼쳐진다. 실내에서 파티 퍼레이드와 캐릭터 판타지아 같은 귀여움 가득한 할로윈 파티가 열리다, 어둠이 내리면 야외에선 한쪽 눈이 뚫린 좀비 대장 ‘빅 대디’와 더 강해진 좀비들이 과격한 행동으로 이 지역을 ‘접수’한다.

유명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미디어 퍼포먼스 ‘좀비 실황 라이브’나 붉은 핏빛을 띠는 ‘저주받은 나무’ 등 놓치면 아쉬운 공포 체험도 이어진다. 더 강력해진 좀비를 피해 은신처를 찾았다면 피범벅 짜장면, 눈알 에이드 등 이열치열 호러 메뉴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