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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에서 읽는 편지]진안으로 떠나는 여행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입력 : 2017.09.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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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탑사 풍경.
마이산탑사 풍경.

진안하면 여전히 ‘오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전라북도 동부산악권에 위치하고 있는 고원지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생긴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교통이 사통팔달로 발달한 요즘은 오지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졌다. 오히려 오염이 덜 된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 덕에 도시인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진안에는 가볼만한 곳이 많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이산을 비롯해서 운장산, 구봉산, 운일암반일암 계곡, 용담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곳들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중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마이산과 구봉산을 소개한다.

#마이산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으로 이뤄져 있는 마이산은 진안을 상징하는 산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와 비슷하다 하여 마이(馬耳)라 이름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마이산을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조선 고종 때 이갑룡 처사가 쌓았다는 수십 기의 돌탑과 높이 13m의 천지탑이다. 특히 숱하게 스쳐간 태풍과 폭우에도 돌탑들이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까운 비밀이기도 하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서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봄에는 두 봉우리가 쌍돛배처럼 보인다고 돛대봉이라고 하고, 여름에는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고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른다.

마이산은 또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주로 두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기억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변신을 거듭한다. 그러다 보니 마이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를 알려주는 포토존도 여럿이다. 예를 들면 농업기술센터 포토존, 부귀산 포토존, 반월제 포토존, 사양제 포토존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진안읍 진무로의 농업기술센터 포토존에 가면 석양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이산을 볼 수 있다. 평지 한 가운데에서 우뚝 솟아오른 수마이봉은 외로워 보이면서도 장엄하다. 그 봉우리 뒤로 지는 해는 구름과 함께 온갖 문양을 그려놓는다. 하늘이 용광로처럼 부글거리며 끓는 것 같기도 하고, 황금을 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잘 보이지 않듯, 산도 뒤로 물러나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얼굴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멀리서 본 구봉산 전경.
멀리서 본 구봉산 전경.

#구봉산 운장산이 달음질쳐 내려오다 뾰족뾰족 솟구친 아홉 개의 봉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산이 구봉산이다. 멀리서 보면 올망졸망하게 서 있는 봉우리들이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하지만 구봉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등산객들에게만 잘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이산과 높이 1,133m의 운장산에 가려져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동쪽 기슭에 875년에 창건한 천황사가 있지만 지금은 많이 쇠락했다.

하지만 한번 가본 사람은 구봉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온갖 기암괴석과 아찔할 정도의 낭떠러지가 산을 오르는 재미와 스릴을 톡톡히 선물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구름다리를 놓는 바람에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진안군에서는 주차장 등 각종 시설을 확충해 구봉산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천왕봉을 주봉으로 하는 봉우리들은 깎아 세운 것 같은 절벽이 많아서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근래에 험한 구간 곳곳에 나무 계단을 설치해서 훨씬 편리해졌다. 가을에는 가능하면 이른 아침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운무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헉헉거리며 오르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저 아래로 바다처럼 굽이치는 운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풍경 앞에서 세상에서 지고 온 온갖 번뇌가 한꺼번에 녹아버린다. 힘들게 올라간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다.

결국 마이산이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구봉산은 위에 올라가 내려다 봐야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산도 보여주고 싶은 게 각각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구봉산의 운해.
구봉산의 운해.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9월 29일 (13:02)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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