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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실화'의 재탄생…현실이 더 극적이었다

실존 인물의 삶 경험, 관객 몰입도 높여…재해석 여지도 감상 포인트

무대안팎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입력 : 2017.11.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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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택시운전사' '아이 캔 스피크' 등 실화를 소재로 한 국내 영화들이 큰 인기를 얻은데 이어 연극과 뮤지컬 무대 위에도 실제 인물의 삶을 옮겨놓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화를 다룬 작품들은 허구가 아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배우와 연출이 실화를 재해석해 표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독일로 간 한국 여성들의 삶 재조명

김재엽 연출가가 2015년 독일 베를린 예술대에 방문교수로 체류하는 동안 40여명의 재독한인여성들을 만나며 들은 생생한 삶의 증언들이 연극으로 탄생했다. 1960년대 한국이 경제개발정책에 따른 외화부족과 실업난에 허덕일 때,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한국의 간호사들이 1968년 해외개발공사에 의해 독일로이주하기 시작, 1976년까지 약 1만여 명이 이동했다.

그들은 저마다 어떤 이유로 독일로 떠났을까, 그곳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낯선 땅에서 이주 여성으로 살며 늘 불안과 마주하면서도 주체적으로 노동의 권리와 삶의 자유를 확장해 온 이들의 이야기다.

1976년 독일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정책을 공식 중단했을 때 이들은 한국정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1만여 명의 서명운동을 전개, 서독 연방정부에 안건을 상정해 체류권을 획득했다. 이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벌어진 일들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교민모임을 결성해 독일신문에 보도자료를 내거나 시민들과 연대한 거리행진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연극에는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재독한인여성들의 지난 40여 년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재독한인여성 서의옥씨는 공연을 본 뒤 "연극이 정말 사실적이다"며 "우리의 진행된 역사가 짤막짤막하게나마 소개되는 것을 보고 감동적이었고, 많은 장면들에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들은 "실제 삶이 곧 역사가 된 분들의 이야기여서 그 무게를 알기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며 감정에 차올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은 다음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12일에는 오후 3시 공연 후 한국을 찾은 재독 간호여성 3명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어 15일 저녁 7시에는 재독 한인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 낭독회가 열린다. 작품 속 실존 인물들과 만나 그들의 육성과 글로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은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제공=연극열전
/사진제공=연극열전

◇ 연극 '엠. 버터플라이'…세계를 경악케 한 佛외교관과 中배우의 사랑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1986년 국가기밀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배우를 둘러싼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보면 미인계 스파이 사건이지만 그 내막은 훨씬 더 복잡하다.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는 중국 경극배우 쉬페이푸에 매료돼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20년 동안 그가 사랑한 연인이 남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자신 뿐 아니라 당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서양에서 동양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뒤집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까지 폭넓게 다뤘다. 1988년 워싱턴에서 초연 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지면서 할리우드에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2012년 첫 무대를 선보인 뒤 2014년과 2015년 두 번의 앵콜공연을 이어가는 등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9월부터 대학로 아트윈씨어터 1관에서 네 번째 시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공연은 다음달 3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KCMI
/사진제공=KCMI

◇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미국에서 온 입양아의 뿌리찾기 여정

'에어포트 베이비'는 미국에서 온 입양아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조쉬 코헨'이 20년 만에 낯선 한국을 찾아와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그 과정에 등장하는 그의 고향 목포, 엄마와 처음 만나는 장소 김밥천국,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 등 곳곳에 실화의 요소들이 현실감을 더한다. '조쉬'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여정을 함께 하는 인물 '딜리아'도 박칼린 연출이 이태원의 실제 게이 할아버지를 작품에 녹여낸 것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번 시즌 공연에는 '딜리아'가 화려한 여성복장을 하고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드래그쇼도 포함됐다. 그가 보여주는 애절한 노래와 안무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 장면을 위해 새롭게 탄생한 '이제 와 돌아보니'에는 가수 인순이가 보컬로, 작곡가 김형석이 피아노 반주로 참여했다. 인순이 특유의 호소력 짙고 애절한 목소리, 김형석의 섬세한 연주가 딜리아의 감정과 맞닿아 더욱 풍성한 장면을 연출한다.

전수양 작가와 장희선 작곡가가 소재선택부터 개발까지 8년에 걸쳐 제작한 창작뮤지컬로, '제1회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우수공연'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창작산실 신작릴레이'를 통해 무대에 오른 뒤 지난달 21일부터 본 공연을 시작했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12월3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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