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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 파란만장 건너가는 사금파리 인생

<125> 소재호 시인 ‘초승달 한 꼭지’

시인의 집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입력 : 2017.11.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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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 파란만장 건너가는 사금파리 인생

소재호 시집을 읽어가면서 시인은 역시 발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집의 곳곳에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발견한 인생에 대한 원리와 의미와 지혜가 반짝거린다. 또한 묘사가 아름다운 시의 바탕에 늘 자연과 인생과 역사를 탑재하여 독자에게 깊이 있는 서정의 충동을 가져다준다.

시 ‘초연’에서 보듯 오래 살아서 다 기억하되 아무런 말이 필요 없이 눈빛으로도 무슨 뜻인지 주고받는다는 이심전심을, 모든 것이 다 오고 간다는 삶과 우주의 원리를, 살아가다 보면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 부지기수 일어나는 것이므로 미안할 것도 죄송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사람의 일일 뿐 뒷동산의 복사꽃이나 하늘의 구름은 그냥 그대로라는 말이다.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시학’에 구상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시인의 6번째 시집이다. 시집 속에는 아름다운 묘사가 수두룩하다. 시 ‘전주 한옥마을 이야기’에서 “밤도 그윽하고, 달빛은 교교하고/ 남고사 범종이 울 때면/ 온 밤이 아팠어라”고 한다. 시인이 거주하는 전주의 한옥마을 풍경에 대한 역사와 인생 등 복합적 심상을 그윽하고 아름답고 아팠다고 진술한다. 시집의 표제작 ‘초승달 한 꼭지’도 인생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다.

하늘 호수를
물수제비가 뜬다

첨 첨 첨 ……

파란만장을 건너가는
한 꼭지 사금파리 인생

가다가 가다가
먼동을 꿈꾸며
수많은 원의 파동으로
저문다
- ‘초승달 한 꼭지’ 전문


하늘을 호수, 초승달을 조약돌로 은유하고 있다. 초승달이 하늘을 가는 것을 물수제비에 비유한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이 조약돌이 파란 호수 위를 건너가는 것과 같이 파란만장한 세월을 건너간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물수제비처럼 넓은 호수의 끝까지 가는 일이 없이 도중에 저문다는 것이다. 시 ‘지하철과 거미줄’은 거미줄과 서울지하철 노선도를 병치시킨 것이다. 화자는 하루 종일 거미줄처럼 엉킨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고, 폐가의 거미는 지하철처럼 엉긴 거미줄을 타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과 거미, 지하철과 거미줄을 통해 제한된 삶의 인생을 함유한다.

소재호는 자연사물에 인생과 역사를 투영한다. 시인은 ‘강은 언제나 머물러 있지’에서 “강물은 언제나 흘러가지 않”고 “별들이 밤 새워 저를 빛내며/ 물결 위에 떠서 일렁”인다고 한다. 그리고 “밤 깊을수록 더욱/ 강물은 별빛에 젖어/ 스스로 깊고 푸른 속 말 두런거리며/ 강의 아픈 역사에 몸 뒤척”인다고 한다. 시 ‘강’에서 강은 날마다 겉으로는 기쁜 듯이 반짝이며 바다로 떠나지만 밤이 되면 "슬픔만 슬픔만 싣고/ 검푸른 우수의 몸짓“을 하며 바다로 떠난다는 것이다. 가히 시 편 속에 자연과 인생과 역사를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시인이다.

◇초승달 한 꼭지=소재호 지음. 인간과문학사 펴냄. 14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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