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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할매부처 모델은 석공의 어머니

<137>최두석 시인 '숨살이꽃'

시인의 집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입력 : 2018.02.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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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할매부처 모델은 석공의 어머니
시 '곶감과 까치밥'은 화자와 까치가 먹는 공동행위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상호소통을 이야기한다. 화자나 까치나 모두 먹고 사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이라는 공동가치가 있다. 하급 생명이고 상급 생명이고가 없는 것이다. 자연 안에서 같이 먹는, 먹고사는 똑같은 존재인 것이다.

같은 감나무에서 열린 동일한 열매인 감. 다만 까치밥과 곶감을 다르게 부를 뿐이다. 화자가 "감나무에게/ 철없는 아이처럼 물어"보는 행위도 인간과 나무의 소통이다. 사람이나 까치나 나무가 생명 안에서 한통속이라는 일원론적 상상이고 만물동근의 생각이다. 한 편의 시에 시인의 세계관을 이렇게 형상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만물의 뿌리는 하나다.

최두석은 195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0년 '심상'으로 등단하였다. 그간 '대꽃',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다', '투구꽃' 등의 시집을 내었다. 시집 제목에 어떤 공통성이 있다. 바로 꽃이다. 표제시를 '꽃'으로 하여 계속 시집을 내온 시인은 불교문예 작품상과 오장환문학상을 받았다. 절차탁마한 66편을 묶어 8년 만에 7번째 시집을 내었다.

표제시 '숨살이꽃'에서 시인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고/ 늙은 무녀의 목 쉰 노래로/ 귓가에 맴돌며 피는 꽃/ 상처에 문지르면 살이 돋아 살살이꽃/ 가슴에 문지르면 숨이 트여 숨살이꽃"이라고 한다. 꽃의 의미를 감각화 하고 있다. 1차적 의미에 머물지 않고, 2차적 의미로 꽃의 말과 경험을 각색한다.

시골에 살았던 독자들이라면 산과 들에서, 아니면 밭에서 재배하는 도라지꽃을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시 '도라지꽃'에서 화자는 어려서는 꽃을 보지 못하고 뿌리만 보았다고 한다. 전쟁 직후 태어난, 절대 가난의 시대에 유년을 보낸 시인의 경험이다. 먹고 살기 어려웠으니 꽃이 보일리가 없었다.

시인은 군대에 가서 전방 비무장지대에 배치되었나보다. 지뢰밭이어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피어있는 도라지꽃은 남다른 감흥을 일으켰을 것이다. 전쟁의 유물인 총, 칼, 철모와 사람의 뼈들을 뿌리로 움켜쥐고 피어 있을 선연한 색깔의 도라지꽃. 분단 비극을 움켜쥐고 피어 있는 도라지꽃. 최두석은 이미 꽃에 역사와 현실을 비유하는 방식은 발명한 시인이다.

아마도 석공의 어머니가 모델이 아닐까
웃고 울며 한세월 살아본
아이도 두엇은 낳아 길러본 여인네의 표정이 살아있다
그 손맛으로 무친 나물 백반 한 상 간절히 얻어먹고 싶다

시고 떫고 달고 맵고 짠 세상살이의 맛을
칼로 자르듯 끊어내기보다
두루 보듬어서 우리고 삭히는 부처가 있다는 게 고맙다.

- '경주남산 할매부처' 전문


그의 시에 몇 개 불교적 제재가 나타난다. 그 가운데 위에 인용한 시는 백미이다. 그럴 것이다.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조각을 하던 창작의 대상은 자기가 체험한 생활감정이거나 가까이에 두고 보아온 사물이나 사람이나 생각이 아닐까? 마땅히 석공은 늙은 어머니를 모델로 하여 부처를 조각하였을 것이다.

아이도 낳아 길러보고 세상의 온갖 맛을 다 봐서 모가 나지 않은 어머니가 곧 부처인 것이다. 화자는 이런 여인에게 양념을 계량을 해서 만든 산해진미가 아닌, 손맛으로 무친 나물 백반 한 상 얻어먹고 싶다고 한다. 시가 시인의 소박한 심성을 투영하고 있다.

귀에 구르는 듯 맑고 경쾌한 심상을 주는 시 '도토리를 심으리랏다'와 남자의 냄새가 나는 밤꽃 향기를 다소 에로틱하게 묘사한 시 '밤꽃', 암바위가 파도가 치는 밤에 바다에 내려가 앞물을 해서 물고기가 많다는 '가천 암수바위'의 관능과 웃음도 시 읽는 재미를 준다. 시집의 마지막 시 '단풍나무에 기대어'는 추레하게 늙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보인다.

◇숨살이꽃=최두석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35쪽/8000원

[시인의 집]할매부처 모델은 석공의 어머니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2월 2일 (14:5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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