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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들어줘 고마워요"…100년 만에 부활한 마타하리의 춤과 삶

국립발레단 제176회 정기공연 '마타 하리'…새로운 안무·스토리로 무용수로 성공하고 싶었던 여인의 삶 조명

무대안팎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입력 : 2018.11.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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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마타 하리는 독일과 프랑스를 오간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에서 사형당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 머나먼 한국 땅에 다시 살아 돌아왔다. 최고의 무용수를 꿈꿨던, 자유와 욕망을 갈구하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그저 한 명의 여인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말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 제176회 정기공연 '마타 하리'는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그간 다양한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만나왔던 미녀 스파이가 아닌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삶에 주목했다.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총 2막으로 구성된 공연의 첫 장면은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 감옥 12호. 검은 망토를 두른 채 담담하게 서 있는 마타 하리 모습에 핀 조명이 비춘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마타 하리가 회상하는 지난날들은 슬프게 반짝이는 한편의 무성 영화처럼 펼쳐진다.

폭력적인 장교 남편의 속박 속에 보냈던 인도네시아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 유일한 탈출구가 된 현지에서 접한 매혹적인 춤, 무용수의 꿈을 품고 자유를 찾아 프랑스 파리로 떠난 순간, 파격적인 춤과 의상으로 유럽 전역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댄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절, 러시아 장교와의 사랑, 대중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스파이 제안에 손을 잡으며 운명이 바뀐 그때….

모든 것이 남성 중심이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무용수로 성공하고자 했던 꿈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던 강인한 여성의 최후는 비록 죽음이었지만 후회는 없는 듯하다.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이미 결말을 알기에 모든 장면이 애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무대 위 마타 하리는 강렬했다. 총 6회 공연 중 절반의 공연에서 마타 하리로 분한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마타 하리 그 자체였다. 솔로일 때는 물론 십 수명의 남성 무용수들과 함께 추는 장면에서도 카리스마가 빛났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마타 하리의 심리를 온몸과 근육으로 표현해냈다.

네덜란드 출신 마타 하리가 동양적인 춤과 의상으로 유럽 사교계를 매혹했듯, 이색적인 안무와 무대와 의상으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았다. 군인으로 분한 남성무용수들의 파워풀한 군무, 화려한 색채의 의상, 동남아 전통춤 동작에서 따온 듯한 섬세한 동작 등 '발레 공연 맞아?'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로 신선했다.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발레단

이번 공연은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었다. 자넬라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과 1993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마타 하리' 초연을 올린 바 있는데 25년 만에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스토리도 안무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국립발레단표 '마타 하리'는 초연인 셈이다.

초연인 만큼 아쉬움도 있다. 자넬라가 새로운 '마타 하리'를 창작한 건 그녀가 죽은 지 100년이 된 지난해에 일기·손편지·기사 등 수많은 자료가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무용수로서, 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짧은 2막 안에 모두 담으려다 보니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다. 특히 마타 하리와 얽힌 남성 캐릭터 몇몇은 분간이 어려워 극을 따라가는 데 방해 요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마타 하리의 삶을 조명한 점, 기존의 동화 같은 발레가 아닌 강렬한 발레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심어줬다는 점에선 박수를 받을 만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마타 하리가 사형당하는 장면이 아닌 커튼콜 직전 암막 커튼 사이로 마타 하리가 혼자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마치 100년간 묵혀뒀던 내 이야기를 들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낸 듯해 뭉클했다. 업그레이드된 앙코르 무대를 조심스레 기대해보는 이유다.

배영윤
배영윤 young25@mt.co.kr facebook

머니투데이 문화부 배영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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