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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실리콘밸리', 등식 깨지나?

[TOM칼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입력 : 2016.11.03 06:30|조회 : 7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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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는 디트로이트가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개발될 것이다.”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바짝 다가오면서 과연 누가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자동차 메카인 미국의 디트로이트 대신 혁신적인 정보기술(IT)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자율주행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우위를 지닌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배터리에 의해 구동되고, 또한 감지센서, 맵핑(mapping)기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각종 첨단 기술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가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는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면 기존 주자(incumbent)가 새로운 파괴자(disruptor)에 의해 밀려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반면 디트로이트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단순 조립 가공 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글로벌 인터넷 공룡인 구글은 2009년 포드나 GM 등 디트로이트의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보다 먼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지난달 초까지 누적 시험운행거리 200만 마일을 돌파하며 실리콘밸리의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 7년차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내놓지 못한 채 핵심 기술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구글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점차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8월 구글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최고기술책임자(CTO) 크리스 엄손(Chris Urmson)이 구글을 떠났다. 크리스 엄손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다 2009년 구글에 합류했던 로봇(robotics) 전문가였다.

올해 초에는 구글의 ‘로봇 프로젝트’(Robotics Project)의 책임자로 구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제임스 커프너(James Kuffner)가 구글을 떠났다. 커프너는 구글을 떠난 뒤 토요타의 인공지능 개발팀에 합류했다.

설상가상으로 앤소니 레반도브스키(Anthony Lewandowski) 등 4명의 구글카 핵심 기술자들도 구글을 떠나 자율주행 트럭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 오토(Otto)를 공동 설립했다. 레반도브스키는 최초의 구글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장본인이고, 오토의 다른 공동 설립자인 돈 버넷(Don Burnette)은 구글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던 기술자였다.

핵심 기술자들의 잇따른 이탈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Self-driving Car)가 중심동력을 잃은 것을 의미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카 프로젝트가 좀처럼 진전이 없자 핵심 기술자들이 사업의 장래성에 회의를 품고 구글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카 프로젝트가 뚜렷한 진척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구글이 '완전'(full) 자율주행차 개발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카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 존 크래프칙(John Krafcik)은 “때론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완전 자율화만이 옳은 길”이라며 프로젝트의 진척 속도가 느리다는 일부의 비판을 일축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기사를 통해 구글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이 자율주행차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이 자동차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데다, 현실적으로 성능 테스트와 각종 규제 장벽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3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공급하는 파트너를 찾는 일과 자동차 판매 딜러를 확보하는 일도 쉽게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반면 포드와 GM 등 디트로이트의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은 뒤늦게나마 구글 따라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M은 지난 3월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들여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체 크루즈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사들였다. 그리고 자율주행택시 출시를 위해 5월엔 차량공유업체 리프트(Lyft)에 5억 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했다.

포드는 지난 8월 2021년까지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리프트, 우버(Uber)와 같은 차량공유업체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연구 인력을 기존의 2배로 늘리고 연구동을 2개 이상 확장했다.

또한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4곳에 투자하고 자율주행차에 장착될 레이더시스템 도입을 위해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레이저센서업체 벨로다인(Velodyne)에 투자했다.

아울러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인공지능 기술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머신러닝업체 SAIPS를 인수했다. 자율주행차에 쓰일 3D 맵핑을 구축하고자 3D 지도업체 시빌맵스(Civil Maps)에도 시드머니를 투자했다.

이제 포드와 GM은 여타 차량 부품 파트너들과 함께 실리콘밸리가 아닌 디트로이트 근처에 아예 자율주행차 개발 센터마저 건설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트랙도 들어간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발 빠른 추격으로 ‘자율주행차=실리콘밸리’라는 등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수단에 대한 패러다임이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파괴자들이 기존 주자들을 단숨에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1월 2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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