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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투자 대신 대출 받는 美스타트업 증가…왜?

[TOM칼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입력 : 2017.01.05 10:00|조회 : 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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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실리콘밸리는 유망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 벤처투자자(VC)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아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VC 지분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을 VC가 아닌 금융기관의 대출에 의존하는 미국 스타트업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금융기관이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실리콘밸리은행(Sillicon Valley Bank)은 스타트업 대출 규모가 지난 1년간 19% 늘었고, 웰링턴파이낸셜(Wellington Financial)은 직전년도에 비해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 건수가 두 배나 증가했다.

트리플포인트(TriplePoint)의 경우엔 스타트업 총대출 규모가 25% 늘었고 허큘리스캐피탈(Hercules Capital)은 스타트업에 대한 건당 대출 액수가 16%나 증가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2015년 중반 이후 VC 지분투자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의 지분투자와 회수 활동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미국 스타트업 바로미터(Bloomberg U.S. Startups Barometer)는 2015년 중반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들어 30%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5년 최고점 대비 여전히 10%가량 감소한 상태다.

과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도 VC의 지분투자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스타트업이 급증했었다.

또한 기업평가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거대 스타트업, 이른바 '유니콘'(Unicorn)이 지난 3년 간 대거 출현하면서 기업가치에 큰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2016년 들어 스타트업의 VC 지분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든 또 다른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2013년 말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은 38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53개로 크게 늘었다. 심지어 기업평가액이 100억 달러가 넘는 초거대 스타트업인 '데카콘'(Decacorn)도 속속 출현했는데 지난해 말 데카콘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은 14개에 달했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기업평가액)은 투자를 유치할 때마다 높아져야 한다는 게 벤처업계의 기본 생각이다. 엔젤투자 이후 VC 투자 단계인 시리즈 A·B·C 등 후속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은 전 단계에서 받은 투자보다 더 많은 돈을 유치하길 원하고 밸류에이션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2016년도에 VC 후속투자에 나선 거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전 단계에서 받은 투자보다 적은 돈을 유치하면서 더 많은 지분을 양보해야 했다. 밸류에이션도 높아지지 못했다.

후속투자에서 기업평가액이 낮아지는 ‘다운라운드’(down round)나 그대로인 '플랫라운드'(flat round)의 경우엔 대주주의 지분 희석(dilution) 효과가 커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기업평가액 거품 논란 속에서 다운라운드를 피하고 스타트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안으로 금융기관 대출이 부각됐다.

그리고 대출금리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사실도 스타트업이 VC 지분투자 대신 금융기관 대출을 선택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마케팅오토메이션 솔루션 서비스업체인 퍼세이도(Persado)는 매출이 2015년에 두 배 증가하고 2017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벤처업계에서 꽤나 인정을 받고 있지만 후속투자로 VC로부터 추가 지분투자를 유치하는 대신 약 30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퍼세이도의 CEO 알렉스 브라트스카이즈(Alex Vratskides)는 "금리가 낮은 데다 지분 희석 효과도 피할 수 있어 금융기관 대출이 스타트업에게 더 유리한 자본조달 수단이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VC 지분투자와 달리 금융기관 대출은 제때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스타트업은 파산하고 창업자는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시리즈 후속투자 사이에 일시적인 자금조달 목적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일시적인 자금조달 목적이 아닌 후속투자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그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궁여지책으로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벤처투자업계 내부에서는 채무불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기가옴(GigaOm)과 오우야(Ouya)는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2015년에 파산했고 또 다른 스타트업 마인드캔디(Mind Candy)는 2016년 하반기부터 대출원리금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

여러 장점에도 금융기관 대출은 매출기반이 견고하지 못한 스타트업에게는 묘수가 아닌 독(毒)이 될 수 있다. 후속투자로 VC 지분투자가 아닌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현상은 실리콘밸리에 주의를 요하는 황색 경고등이 깜박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월 5일 (09:1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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