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지방자치 정책대상 (~10/15)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트럼프, 너 반칙이야"…지고 있다고 중간에 '게임 룰'을 바꿔?

[행동재무학]<168>트럼프 반칙의 횡포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입력 : 2017.01.29 08:00|조회 : 13285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했던 TPP에서 미국의 돌연 탈퇴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체결된 NAFTA도 재협상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천명했다.

트럼프는 TPP 탈퇴 선언 뒤 "미국 노동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TPP 탈퇴 이유를 들었다. NAFTA에 대해서도 대통령 유세 기간 내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비난하며 NAFTA 탈퇴 혹은 재협상을 주장했다. 9월 뉴욕경제클럽(Economic Club of New York)에서는 "NAFTA가 미국을 파괴해왔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NAFTA 때문에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을 향해 "35%의 징벌적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보호주의 명분을 내걸고 TPP 탈퇴를 선언하고 NAFTA 재협상을 천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미국이 현재의 국제 교역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니까 그동안 지켜왔던 교역의 룰(rule)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쉽게 말하면 미국이 게임에서 지고 있으니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겠다는 강대국의 횡포이다.

미국은 20년 전 캐나다, 멕시코와 NAFTA를 맺고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꾀했다. 이 때는 분명 NAFTA 하에서 국제 교역이라는 게임에서 미국이 유리했다.

NAFTA 체결 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품에 대해 관세가 면제되고 멕시코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자 많은 미국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했고,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멕시코를 대미국 수출 기지로 선택했다.

자동차산업만 보면, 현재 멕시코엔 한국 자동차회사인 기아차와 닛산, 인피니티, 마쯔다, 혼다, 토요타 등 모든 일본 자동차회사,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모든 독일 자동차회사가 전부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빅3라 불리는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모두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TPP도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교역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그러자 몇몇 미국기업들은 중국에 있던 공장을 TPP 협정국인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동안 지켜온 교역의 규칙이 한순간에 바뀌게 되는 반칙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기아차 (30,950원 상승750 2.5%)는 그 반칙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보호무역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8일 예상 외로 미 대통령에 당선되자 기아차 (30,950원 상승750 2.5%) 주가는 5일 연속 미끄러져 11%나 추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무려 1조8000억원이 날아갔다.

기아차는 2016년 9월 멕시코에 1조원의 비용을 들여 공장을 준공했고 이곳에서 생산한 K3 모델 40만대 중 80%를 미국과 캐나다시장 등지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기아차 주가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기아차가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순전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고 불법이나 꼼수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 대통령으로 뜻밖에 당선되면서 갑자기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고 하니 기아차 입장에선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의 칼끝을 외국기업에 직접적으로 겨누면서 기아차 (30,950원 상승750 2.5%)는 더욱 난처한 입장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코롤라(Corolla) 모델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에 대해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을 종용했다.

16일(현지시간)에는 독일신문 빌트(Bild)와의 인터뷰에서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3사에 대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지 않고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경우 35%의 국경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자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차가 트럼프 국경세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증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국경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 생산계획을 대거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 (30,950원 상승750 2.5%) 주가는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 주가는 19일부터 다시 5일 연속 내리막을 걸으며 9% 급락했다. 이번에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이 날아갔다.

트럼프의 NAFTA 재협상과 국경세 부과 위협은 국경 장벽 건설 문제로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으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 다음날 31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30,950원 상승750 2.5%)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현명할까?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 게 불법도 아닌데 기아차 입장에선 억울할 뿐이요,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모를 처지이다. 과거와 같으면 국제무역기구(WTO)에 NAFTA 협정 위배로 제소라도 할텐데, 강대국인 미국이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현재로는 트럼프의 눈치만 보는 것 외에는 뾰쪽한 수가 없다.

그리고 현대차 (147,500원 상승6500 4.6%)는 17일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압박을 피하기 위한 조심스런 행보를 취했다. 다른 자동차회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토요타는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 앨라배마공장에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미국이 국제 교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게임의 규칙을 중간을 바꾸는 것이 반칙이라고 강하게 항변하는 곳은 없다. 분명 반칙인데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나 국가가 없다. 아무리 미국이 국제 교역에서 '갑질'을 해도 을의 입장인 국가와 기업들은 '찍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다.

트럼프가 갑자기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고 하니 기아차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월 29일 (04: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상규
강상규 mtsqkang3@mt.co.kr

대한민국 창업가와 벤처기업을 사랑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