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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혁신국가 1위'라는 평가가 불편한 이유

[소프트 랜딩]블룸버그 혁신지수로는 한국이 4년 연속 1위를 했지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3.29 06:30|조회 : 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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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1월 발표된 2017년 블룸버그 혁신지수(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7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South Korea remained the big winner"라며 4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R&D 지출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 ▷첨단기술 집중도 ▷교육 효율성 ▷연구원 집중도 ▷특허 활동 등 총 7개 세부 항목의 통계수치를 지수화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특히 2017년 한국은 R&D지출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그리고 특허 활동 3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교육 효율성은 2위, 첨단기술 및 연구원 집중도는 4위 그리고 생산성은 3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정작 실상을 살펴보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먼저 R&D 투자에 있어서 한국은 GDP 대비 R&D 비중(2015년 기준)이 4.2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일본(3.59%), 미국(2.74%), 독일(2.90%)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R&D 투자의 질적인 성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 실적을 보면 지난해 해외로부터 기술도입에 164억달러를 지출했고, 기술무역 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엔 2010년 이후 최고치(6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R&D 양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정작 핵심기술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후진적 현실을 보여준다. 매년 막대한 R&D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기술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연구사업이 태반인 데다, 창조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오랜 투자와 시간을 요하는 핵심기술은 결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SCI 논문 발표 건수를 보더라도 2014년 기준 5만4691건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2만6446건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세계 점유율과 순위는 오히려 하락했다. 5년 주기 SCI 논문 1편당 피인용 건수도 2014년 기준 4.86번으로 세계 순위는 31위에 그치고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의 R&D 투자 성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왜 한국은 세계 최대 R&D 투자국인데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가?"라고 꼬집으면서 한국의 보수적인 실험실 문화, 노벨상 콤플렉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책 추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제조업 부가가치 부문에서도 양적인 측면에서의 지표가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G7 국가와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대비 제조업 비중은 1970년 17.5%에서 2014년 30.3%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 세계 국가의 제조업 비중은 25.7%에서 16.5%로 축소됐고, G7 국가들의 제조업 비중도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이는 한국이 산업 구조상 다른 나라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제조업의 부가가치 역시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즉 제조업의 높은 부가가치 비중은 혁신의 결과라기보다는 제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한국의 산업 구조상 특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제조업의 높은 비중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지만, 이는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매년 막대한 규모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법률·회계·컨설팅·금융 등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교육의 효율성 지표에서도 높은 교육열 이면의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혁신지수에서는 대학진학률과 학위 소지자, 대졸자 중 이공계 비중 등을 기준으로 한국을 세계 2위로 평가했다. 하지만 초등생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고, 매년 수십조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창의성보다는 오직 입시문제 풀이에만 몰입된 한국 교육의 왜곡된 현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높은 교육열과 진학률은 곧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오직 취업을 위해 또는 승진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창의적이고 심화된 연구 능력을 갖춘 연구자가 아닌 명목상의 석박사를 양산하는 것 역시 한국의 안타까운 교육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이공계 전공자가 늘어난 배경도 주로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지, 학생들의 이공계에 대한 흥미와 재능이 높아졌다거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환경이 갖춰져서도 아니다.

만약 한국의 교육이 그토록 혁신적이라면 왜 한참 순위에 뒤처진 미국(34위)으로 매년 수천명의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고, 많은 아버지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기러기 아빠'가 되길 자처하겠는가?

물론 블룸버그가 한국의 R&D 투자 등 기술 혁신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순위’에서 한국은 25위라는 부진한 순위를 나타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무섭게 불어닥치는 현시점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라는 허울 좋은 축하나 들으며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어 보인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3월 28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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