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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끔찍한' 한미 FTA 재협상 결과 피하려면

[소프트 랜딩]당당하고 투명하게 하자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5.23 05:30|조회 : 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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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한미 FTA 협정은 끔찍한(horrible) 협정이다."

지난 1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 "한국에 재협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우린 편파적인 협상이 아닌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며 한미 FTA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 측에서 공식적인 재협상 요청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가 지난 대선 유세기간부터 한미 FTA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해왔고, 최근에는 FTA를 폐기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것을 보면 한미 FTA 재협상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두 배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원인을 불공정한 한미 FTA에 두고 재협상 아니면 폐기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은 지난해 6월 미국무역위원회(USITC)가 발표한 보고서와 매우 상반된다. 이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미국 경제에 무역수지, 소비자후생, 투자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주요 협정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규범이 도입됐다고 평가됐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가 2015년 기준으로 283억 달러 적자이지만, FTA가 없었다면 적자가 440억 달러로 늘어났을 거라고 분석했다. 즉, 한미 FTA 덕분에 미국은 15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았다는 점을 미국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전 미국 상품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8.5%에서 2015년 10.64%로 2%p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교역과 달리 만성적인 적자상태인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지는 2011년 110억 달러에서 2015년 141억 달러로 적자규모가 30억 달러나 증가했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미국 방문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FTA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511.8억 달러로 미국의 대한 투자액 201.6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이같은 한미 FTA의 객관적인 평가를 트럼프라고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한미 FTA가 마치 불공정한 협정인 듯 비난하며 FTA 폐기까지 운운하는 것은 결국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그 어떤 논리적 근거나 데이터를 제시해도 무역적자를 줄여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트럼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한미 FTA가 폐기되지 않는 한 결국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미국은 한국보다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부와 대표단은 우리의 통상 이익을 지키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역부족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는 한미 FTA 재협상을 문재인 정부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 협상에 임해야 할까?

첫째, 미국과 협상 파트너로서 당당히 협상에 임해야 한다. 사실 한미 FTA 발효 5년 만에 재협상 아니면 폐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요구이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 없지만 최소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비굴한 모습만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재협상 시 상호 호혜적인 통상이익을 도모한다는 협상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사실 미국도 인정했듯이 한미 FTA를 통해 미국도 적지 않은 이익을 보고 있으며, 만약 폐기될 경우 우리보다 미국 측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개정을 할 필요도 없고, 너무 쉽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는 너무 조급하게 협상을 맺으려 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한미 FTA는 2006년에 공식협상을 시작했지만, 협상이 난항에 빠지며 중단되기도 했고, 어렵사리 협상을 재개해 6년 만인 2011년에야 비로소 체결이 됐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겠다는 미국의 첫 번째 관심은 북미자유협정(NAFTA) 재협상에 있지, 한미 FTA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다. 우리 편에서는 미국의 NAFTA 재협상 과정과 협상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에 협상에 임해도 늦지 않다.

세 번째,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투명하고도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나 위안부 합의처럼 비공개한다면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시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여론의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어차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이 이뤄지겠지만,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거나 시간에 쫓겨 덜컥 협상을 맺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한미 FTA 재협상은 정말 '끔찍한' 협정이 되고 말 것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5월 22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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