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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로스쿨 전환 40대 변호사 "제가 금수저인가요?"

[이코 인터뷰]직장생활 5년+사시 3년+로스쿨 3년…6회 변호사시험 합격한 A씨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5.05 06:30|조회 : 1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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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로스쿨 졸업생 A씨(만 43세)는 지난달 14일 제6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 감회에 젖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3년 전 A씨가 로스쿨에 들어가 것은 우연한 선택이 아니었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A씨는 ICT업계에서 5년간 전략기획 및 해외사업 업무로 직장생활을 한 후 신림동에서 3년간 사법시험 준비를 했으나 선배의 권유로 로스쿨 입학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로스쿨 입학 당시 사법시험을 결심할 때보다 고민이 적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생활비와 학업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로스쿨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로 공부를 하는데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입학 후에는 "3년이라는 짜여진 학사일정 속에서 교수님들과 면대면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과정이 혼자 책을 보고 풀이해 나가는 사법시험 준비 방식보다 법학 체계를 더욱 빠르고 균형 있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법시험 vs 로스쿨

A씨는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둘 간의 가장 큰 차이로 학업 시스템을 꼽았다. 한마디로 ‘사교육’이냐 ‘공교육’이냐는 것이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했을 당시에는 소속감과 존재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었다”고 회상했다.

사시 합격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그에 반해 로스쿨은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업방식을 따라가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합격률을 비교하면 사시의 경우 최종 합격률이 1차 수험생 대비 3~4% 정도에 불과해서 결국 95% 이상은 고시낭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6회 로스쿨 변호사 시험은 응시자 3110명 중 합격자는 1600명으로 합격률 51.4%를 기록했다.

A씨는 “다양한 법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험 기간을 줄이고 여러 분야의 전문 인력이 법조계로 들어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은 금수저가 다니는 학교?

"제가 금수저인가요?"

A씨는 로스쿨의 금수저 논란에 대해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며 이렇게 반문했다.

그도 처음에는 결혼을 한 상태에서 직장을 나와 학업에 전념하기 위한 비용마련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사립학교라 한 학기당 900만원대의 학비를 감당하기 벅찼다. 일부에서 지적하듯 금수저만 다닐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한 학기당 대략 3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아 연간 1200만원씩 3년간 총 학비는 3600만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의 경우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많은 수의 학생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없으면 학자금 대출이 가능해서 기존 사법시험보다 경제력 없는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등록금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달 28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7년 대학정보공시'에 의하면 분석대상 187개교의 2017학년도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의학 계열의 경우 953만5500원으로 가장 높았다.

A씨는 "예전 사법시험 수험 시절 책값, 학원 수업료, 고시원 비용 외에 월 50만원의 생활비가 더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4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시(공무원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에 의하면 2016년 일반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은 25만7000명으로 공시생 1인당 연간 지출액은 18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순기회비용은 17조1429억원에 달한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시험 준비에 능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로스쿨은 사법시험보다 수험 기간과 비용면에서 덜 들어 오히려 경제적 취약자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로서의 진로 고민

A씨는 5월1일부터 6개월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실무연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6개월간의 실무수습 기간이 교육인지 근로인지 불분명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수급하려는 법률사무소들이 많아 시간을 갖고 좋은 수습기관을 찾으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대한변협 실무연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험을 합격해도 실무수습기관 선정 및 취업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생긴 것이다. 이런 문제로 변호사 합격자 중에는 대한변협 연수를 받으며 천천히 알아보고 결정하겠다는 사람들과 빨리 근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한다.

A씨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3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본인의 이공계 전공을 살려 지적재산권에 특화된 법무법인 취업, 개인사무실 개업, 동남아시아 등 해외 법무 업무 등을 구상 중이다.

30~40대에 직장생활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 도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생활비와 학업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법조계도 청년 취업난의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 변호사 합격이 바로 신분상승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A씨는 “로스쿨 도입은 이런 시대흐름에 맞춰 법조계 진입의 현실적인 길을 연 것이며 앞으로 경제적 약자와 다양한 전공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면서 제도적 정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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