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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압박·제재도 안 통해?…1993년 남아공의 교훈

[TOM칼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입력 : 2017.05.19 06:30|조회 : 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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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이번엔 정말 다를 것 같았다. 실패로 끝난 과거 미국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의 대북 초강경 정책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동안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중국마저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번엔 정말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듯 보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북핵 저지를 위해선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북한을 위협했다.

이어 4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 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시절은 끝났다”고 선포하고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군사적 선제 타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대북 초강경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어 핵 항공모함 칼빈슨(Carl Vinson)호를 한반도 인근 수역으로 파견해 대북 군사적 압박이 빈말이 아님을 실질적으로 보여줬다.

중국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수개월간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력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내비치며 미국과 공조를 맞췄다.

이미 올해초 북한의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금지한다고 밝힌 중국은 4월엔 중국인의 북한 관광마저 금지하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자 북한은 4월로 예상된 6차 핵실험을 포기했고 ‘한반도 전쟁설’은 급격히 누그러졌다. 이로써 트럼프의 압박 전략이 정말로 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14일 새벽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15일 김정은은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며 미국에 반발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하루 전 “미국은 우리가 핵을 포기할 것으로 절대 기대하지 말라”며 핵 포기 거부 입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경제적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김정은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 믿은 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14일 미사일 시험발사 후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하고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어떠한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모은다.

이들은 과거 어느 나라도 정치·경제적 압박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경우가 없었음을 그 근거로 든다.

일부에선 압박과 제재보다는 협상을 통해 김정은을 설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과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Gaddafi)의 몰락에서 보듯이 김정은이 결코 협상을 믿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후세인과 카다피는 둘 다 핵폭탄을 제조하기 전에 핵을 포기했는데 이후 정권이 붕괴되는 운명을 맞았다. 후세인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체포돼 처형됐으며, 카다피는 2011년 미국의 리비아 공습 후 반군에 밀려 결국 제거되고 말았다.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핵무기를 물려받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했지만 이후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국가 안보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핵을 폐기했지만 러시아는 2014년 이러한 협약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동쪽 크리미아반도를 기습 점거했다.

이처럼 과거 핵을 포기한 국가가 정권붕괴나 침략의 운명을 맞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체제 유지 수단으로서의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민간 단체인 플라우셰어즈펀드(Ploughshares Fund)의 조 서린시오니(Joe Cirincione) 대표는 1993년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993년 핵폭탄을 폐기한 남아공은 스스로 핵을 포기한 유일한 케이스로 거론된다.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수십 년간 폭동과 정권붕괴의 위협을 겪던 남아공은 비밀리에 6기에 달하는 핵폭탄을 제조했다.

그러나 1993년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되면서 그러한 위협이 사라지자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고 결국 핵무기를 스스로 파기해 버렸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대통령은 이듬해 새 대통령에 선출됐다.

서린시오니 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국가도 강요나 압박, 제재에 굴복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남아공의 사례처럼 북한도 체제붕괴의 위협이 사라지면 핵을 보유할 절박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도 이 점을 깨달았는지 최근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체제 유지를 약속하겠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 정상회담을 진행할 의사가 있음도 전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 보듯 김정은이 트럼프의 약속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믿는 한 트럼프의 새로운 카드도 헛수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핵 포기=체제 붕괴’ 등식의 위협에 사로잡혀 있는 한 대북 압박과 협상 정책 모두 무용지물일 뿐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5월 18일 (22:4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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