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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요정'·'궁상민'…너무 아끼면 그게 더 "스튜핏"

[소프트 랜딩]'저축의 역설', 너무 저축만 강조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질 수도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9.21 06:30|조회 : 53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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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시청자 A: "월급 250만원인데 마이너스 300만원 신용대출이 있고, 휘트니스비용 45만원, 가죽자켓을 무이자 할부로 5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김생민: "이건 슈퍼 울트라 속상 스튜핏이에요!"

요즘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예능 방송 프로그램이 세간의 화제다. 프로그램 MC인 개그맨 김생민이 시청자로부터 제보받은 영수증 내역을 분석해서 과소비를 억제하도록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데, 단숨에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하고 그 인기를 몰아 공중파까지 입성했다.

최근 방송분에서도 김생민은 월급 250만원에도 저축없이 살아가는 30대 한 그루밍족 남성에게 "스튜핏!"(Stupid)하다며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단어의 뜻처럼 무심코 저지른 과도한 소비 행위를 어리석다고 일깨워주는 일종의 충격요법인 셈이다. 심지어 방송 뒷배경에 '돈은 안쓰는 것이다'라며 큼지막하게 표어까지 내걸었다.

그래서 김생민은 돈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면...'이라는 전제를 깔아둔다. 정말 돈을 모으려는 절실함이 있다면 커피를 사먹는 대신 면수(국수를 삶은 물)를 마시고, 친구들과 함께 있기 보다 가급적 혼자 지내며, 택시는 절대 타지 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한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소비를 줄이는 대신 그는 적금이나 연금 등 최대한 저축을 늘리고, 대출이 있는 사람은 빚부터 먼저 상환하라고 역설한다. 실제 지난 20여년간 월급을 아껴 수억대의 재산을 모은 김생민이 소위 '통장요정'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연예인 이상민은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궁상민'이라 불릴 정도로 아끼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빼어난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아주 값싼 재료를 갖고 유명 쉐프 못지않은 럭셔리한 요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방송에서 그는 6000원짜리 연어머리로 고급 연어스테이크를 만들고, 7000원어치 오징어입을 구입해 고급 오징어버터구이를 구워내는가하면, 4000원짜리 돼지등뼈를 삶아 특제 쌀국수까지 척척 만들어낸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수이자 기획사 대표로서 허세가득한 삶을 살았던 그가 70억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이젠 정말 궁상맞다 싶을 정도로 푼돈까지 아끼는 모습이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럭셔리하고 화려한 삶을 살 것같은 연예인이 한푼두푼 아끼고 저축하며 빚을 갚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단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을 넘어 자극과 교훈을 얻고, 삶의 귀감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이런 ‘통장요정’과 ‘궁상민’같은 극단적인 저축과 절약 위주의 소비 패턴을 강조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제는 크게 생산과 소비의 두 축으로 구성되는데, 소비라는 한 축이 급격하게 위축이 되면 이는 결국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소비 위축→생산 감소→고용 부진→소득 감소→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되고, 결국 한국 경제 전체가 불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은 초저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저축을 늘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연간 총저축률(국민총저축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8%를 기록해 IMF 외환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이 이렇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각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가계저축률(저축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7.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7번째로 높고, 평균치인 3.9%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 통계를 보면 지난해는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인 71.1%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2016년 4분기 역시 역대 최저치인 69.7%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에는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한국 경제는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0%대 성장률에서 탈출했고 정부는 올해 3%대 성장까지 내다보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에 불과한 초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저축률은 계속 높아져 가고, 국민들의 소비성향은 바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미 충분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생민이나 이상민과 같은 소위 ‘짠돌이’ 캐릭터가 크게 부각되면서 사람들은 더 아끼고, 더 저축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처럼 저축만 너무 강조하고 소비가 크게 위축된다면, 가계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가 위축되고, 한국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이른바 ‘저축의 역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당장 쓸 돈을 아끼고 저축하면 목돈도 마련할 수 있고, 불안해 보이는 장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은 청년대로 취업준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힘들고, 중년층은 자녀교육비며, 주택자금에 노후준비까지, 심지어 은퇴한 세대는 길어진 노후를 위해 당장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뒤 안가리고 너무 허리띠만 졸라 매다가는 자칫 한국경제 전체가 질식하고 만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9월 20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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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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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FaG279tsp4tTXmi  | 2017.09.21 15:50

진작에 빚 은 다갚았다던데? 컨셉으로 계속 저렇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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