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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차 통행료 갈취행위가 버젓이 일어나는 까닭

[같은생각 다른느낌]범죄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본 범죄 발생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10.24 06:30|조회 : 1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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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8월 충남 부여 옥천면에서 마을 주민들이 불법으로 장의차를 가로막고 통행료를 갈취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큰 분노를 샀다. 이들은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500만원의 통행료를 요구해 350만원을 뜯어냈다.

뒤늦게 이달 중순 부여경찰서는 장의차를 막고 공갈·협박에 가담한 주민 4명을 소환 조사했고 공갈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장의차 통행료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 기부금이고 도로 차단 시간도 1시간 이내라며 마치 마을 관습법이 존재하는 양 행세했다. 그러나 범죄와 형벌은 성문법에 의해 규제되며 관습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경찰의 미온적 대처도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갈죄가 아닌 특수공갈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과거 200만원의 또 다른 갈취 혐의가 있는데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내용에 포함하지 않아 자의적인 법 집행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버젓이 장의차 통행료를 갈취한 것은 그동안 범죄로 벌어들일 이익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적었기 때문이다.

범죄경제학 관점에서는 범죄 발생을 범죄 이익과 비용으로 분석한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 범죄로 얻는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마을 주민 4명은 1시간여 드러누워 수고한 대가로 350만원을 갈취했다. 1인당 시급 87만5000원의 고소득을 올린 셈이다.

반면 범죄를 저지르는 비용은 적었다. 마을 주민들은 장례식이라는 피해자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수월하게 갈취했으며 처벌 강도나 처벌받을 가능성을 낮게 여겨 두려움이 없었다.

따라서 불법적인 갈취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비용을 높여야 하며 3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불법행위에 대해 유족들이 돈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고인을 급히 장지로 옮겨야 하는 유족 입장에서는 길을 막고 폭력을 행사하는 지역주민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혹시라도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나중에 해코지라도 할까 두렵다.

이런 문제는 지역내 주민간에도 발생한다. 시골의 경우 법의식 결여와 주민간 잦은 접촉으로 실정법상 범죄인데도 안면을 붉히기 어렵거나 보복이 두려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농촌 지역에 거처를 마련한 A씨는 “이사 온 사람은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해야 한다며 지역 이장이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저녁 회식비 명목으로 반 강제적으로 돈을 건넸다.

둘째,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미 형법, 도로교통법 등에 처벌 규정이 있으나 법정형을 높이거나 구형·선고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 강도가 높아진다고 범죄율이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갈린다.

셋째, 범죄를 적발·처벌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온정적이거나 지역주민 봐주기식 수사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골이 도시보다 범죄율이 낮으나 공갈죄의 경우 시골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간하는 ‘범죄통계’ 자료에 의하면 공갈죄는 2016년 전체 건수는 5년 전에 비해 28.5% 감소했으나 도시이외 지역은 22.5% 증가했다.

더욱이 법의식이 결여된 높은 유대감을 가진 도시이외 지역은 은폐된 범죄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불법을 인식 못하거나 알면서도 서로 눈감아 주기도 한다. 또한 주민과 유대관계가 깊은 지역의 경찰은 되도록 원만히 화해로 끝내려는 경향도 있다.

이렇게 범죄를 묵인하거나 적발·처벌 가능성이 낮으면 범죄 비용이 적게 든다. 범죄 이득은 커지고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방치된 지역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적발·처벌 가능성을 높여 범죄 비용을 증가시켜야 한다. 지금 같이 범죄의 순이익이 높으면 범죄행위는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23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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