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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패자의 저주'…전년도 꼴지팀이 우승 못하는 이유

[행동재무학]<199>'신인 드래프트 제도'는 과연 효과적일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입력 : 2017.10.29 08:00|조회 : 7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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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전년도 꼴지팀이 그 다음해 우승하기 힘들다.”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2017 프로야구(KBO)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야구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우승하기를 기원하며 매 경기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에는 매우 흥미로운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있다. 2018 KBO 신인 드래프트는 이미 지난 9월 11일 개최돼 총 100명의 신인 선수들이 10개 프로야구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총 10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각 구단은 자신들이 원하는 신인 선수를 지명한다. 그런데 지명하는 순서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이다. 즉 전년도 꼴지팀이 각 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신인 선수를 지명하고 전년도 우승팀은 지명 순서가 맨 마지막에 온다.

따라서 2018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017년 시즌 꼴지팀인 KT가 각 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신인 선수를 지명했고, 우승팀인 두산은 맨 마지막으로 선수를 지명했다.

이런 신인 드래프트 제도는 전년도 하위 팀에 기량이 뛰어난 신인 선수를 우선적으로 영입할 기회를 줌으로써 팀 성적을 향상시키고 팀간 성적 평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겠다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매 라운드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전년도 꼴지팀이 그 다음해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지금껏 드러난 사실이다. 오히려 전년도 우승팀이 그 다음해 또 우승하는 '부익부' 현상이 더 일반적이다.

한국 프로야구 35년 역사에서 전년도 우승팀이 그 다음해 또 우승한 경우는 총 10번으로 발생 확률이 거의 30%에 달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가 내리 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과 2010년대 삼성 라이온즈가 4년 연속 우승컵을 거머쥔 경우다.

반면 전년도 꼴지팀이 그 다음해 우승한 케이스는 단 한 번 있었다. 1983년 시즌 꼴지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그 다음해인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1994년 시즌에서 8개팀 가운데 7위를 차지했던 OB 베어스가 그 다음해 우승팀이 된 경우도 있었다).

전년도 꼴지팀에 기량이 뛰어난 신인 선수를 영입할 기회를 줘서 팀 성적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의 당초 목적과 달리 결과적으로 전년도 우승팀이 그 다음해 또 우승하는 ‘부익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패자의 저주’(Loser’s curse)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말이 있다. 경쟁에선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최종 인수자가 매물로 나온 기업을 너무 비싼 값에 사면서 인수 후 주가가 떨어지거나 경영이 어려워질 때 승자의 저주라고 말한다.

비상장회사의 기업공개(IPO)에서 예비투자자가 공모가를 너무 비싸게 산정하면서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손실을 볼 때도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패자의 저주’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신인 드래프트 제도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차드 세일러(Richard Thaler) 시카고대학 교수는 역대 미국 프로축구(NFL)의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분석한 후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바로 ‘패자의 저주’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흥미로운 논문을 2005년 발표했다.

미국 프로축구도 한국 프로야구와 똑같은 방식의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세일러 교수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순위로 지명된 신인 선수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치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우선 지명해 간 전년도 하위 팀이 그 다음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전년도 하위 팀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량이 뛰어난 신인 선수를 우선적으로 영입하면서 신인 선수들에게 너무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결국 신인 드래프트에서 꼴지팀에 주어지는 우선 지명권은 진정한 혜택이 아니고,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패자의 저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일러 교수의 주장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06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대표적인 '패자의 저주' 케이스에 해당된다.

미국 LA 다저스의 좌완 투수인 류현진 선수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받지 못했다. 한기주, 유원상, 나승현 선수 등이 류현진 선수에 앞서 우선 순위로 지명됐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상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류현진 선수는 데뷔 후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두산 베어스에서 주전 포수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의지 선수도 2006년 신인 드래프트 때 8라운드에 가서야 지명을 받았다. 전체 59번째였다.

결국 신인 드래프트 제도는 미국 프로축구와 한국 프로야구 양쪽 모두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위팀에 우선 지명권이 주어지지만 신인 선수들에게 너무 비싼 몸값이 지불되고 또 이렇게 지명된 신인 선수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패자의 저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년도 꼴지팀이 그 다음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신인 드래프트 제도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세일러 교수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프로 스포츠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는데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29일 (04: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상규
강상규 mtsqkang3@mt.co.kr

대한민국 창업가와 벤처기업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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