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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거품가는 '자전거래'로 인한 시세조작 결과?

[같은생각 다른느낌]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거래 내역 조사로 의혹부터 밝혀야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1.24 06:30|조회 :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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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해 국내 가상통화는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20배 이상 폭등했다. 그런데 국내 가상통화 가격은 해외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아 시세조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자들은 “대형 자본을 가진 세력들이 시세를 올리거나 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한다”며 자전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자전거래로 거래량·거래금액을 부풀리면 시세조작이 가능하다.

거품가가 높은 국내 가상통화 시세는 일반 거래자들 매매로만 형성된다고 보기에는 '의문투성이'다. 국내 가상통화 시세는 해외와는 분리됐으나 국내 거래사이트들 간에는 통합된 이상한 구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시세가 5~10% 거품가를 가지고 해외 시세를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국내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시세는 급등했고 국내 거품가도 30~50%까지 높아졌다.

영국, 미국, 홍콩 등 대부분의 해외 거래사이트들은 시세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유독 국내 가상통화 가격만 해외시세보다 높은 거품가를 가지고 있다.

반면 거품가가 10%, 30%, 50%든 국내 빗썸, 코빗, 코인원, 업비트 거래사이트의 국내 시세는 거의 같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국내 거래되는 각각 가상통화들의 거품가 비율(%)도 비슷하다.

거래량이 많든 적든, 시세가 오르든 내리든 국내 거래사이트들 간 거품가가 동일한 것은 수요·공급 법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외 재정거래가 없고 국내 재정거래는 실시간 발생한다면 가능하지만 그것도 현실성이 없다.

또한 가상통화 거래 호가창의 매도와 매수가 떨어져 있는 ‘구멍뚫기’, 물량을 쌓아 거래를 방해하는 ‘벽쌓기’, 국내 가격이 해외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역주행’도 흔한 모습이다.

실제 국내외에서 자전거래로 인한 시세조작 의심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는 대형 자본을 가진 세력이 혼자 또는 여럿이 자전거래를 늘리며 가격을 올리는 시세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0일 국내 ‘코인레일’ 거래사이트는 8일 오전에 발생한 시세조작 결과를 자체 조사해 5명의 의심 거래자를 사용 정지시켰다.

또한 해외 ‘통화경제학저널’(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1월호에 실린 ‘비트코인 생태계에서의 가격조작’(Price Manipulation in the Bitcoin Ecosystem) 논문에서는 자전거래로 인한 비트코인 시세조작이 가능함을 밝혔다.

2013년 9월말~11월말 2달간 비트코인 가격이 150달러에서 10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을 때 누군가 ‘마르커스’(Markus)와 ‘윌리’(Willy) 계정으로 시세조작을 했고, 현재도 규제되지 않은 가상통화 시장은 시세조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가상통화 거래 시장은 개인간 매도·매수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 가상통화 자체 문제, 정부 규제, 경제 상황 위험성 등이 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나 의도적인 자전거래로 거래량과 시세를 조작했다면 사기일 뿐이다.

이런 의혹의 중심에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있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일반 거래자 외에 ‘자동봇’이라고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같이 거래하지만 누가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하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새로운 가상통화 상장이나 시세 급등락 시 서버 다운이 잦다. 가상통화 거래가 한꺼번에 몰릴 때를 대비해 서버를 증설해야 하는데도 “서버과부하로 시스템이 멈췄다”며 넘어가기 일쑤다.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수천억원의 거래 수수료를 챙기고도 같은 현상은 반복됐다.

하지만 이런 국내 거품가와 자전거래 의혹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지금까지 국내 거래사이트의 거래 시스템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중에 가상통화 규제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 의심 가는 거래 내역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8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팀장은 퇴사하고 바로 '빗썸' 거래사이트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정치권과 관계 당국에서는 감독해야 할 거래사이트와 토론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외에서의 시세조작, 불법자금 유입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속·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력한 규제 의지를 내비쳤다.

제일 먼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30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을 통한 실명제 강화는 주로 자금세탁 방지나 세금 부과에 관한 것으로 거래 내역을 우회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에 불과하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현금화가 쉬운 가상통화 거래판에서 직접적인 거래 내역 조사가 없으면 ‘나는 세력 아래 기는 규제’일 뿐이다. 모든 의혹이 담겨 있는 거래사이트 거래 내역 ‘블랙박스’는 봉인한 채 곁가지만 치다가는 면죄부만 주고 엄포성 규제로 끝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제기된 사건·사고나 관련 법률 제·개정을 통해 '깜깜이' 상태인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거래 내역을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국내 가상통화 거품가가 우연한 거래 결과인지, 인위적 시세조작인지에 대한 의혹부터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 결과는 가상통화 거래의 ‘허용 또는 금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월 23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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