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마니아들 '낙(樂)'이 사라졌네

↑킹크랩ⓒ머니투데이 사진 자료.

#. "살이 통통하게 오른 킹크랩이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요. 너무 아쉬워요." 킹크랩 마니아 유 모씨(33)의 하소연이다.

유 씨는 최근 킹크랩을 먹기 위해 신촌의 한 킹크랩 음식점을 찾았다가 허탕을 쳐야 했다. 가게 주인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죄송합니다. 현재 킹크랩이 없습니다. 가격도 비싸거니와 일본에서 들여오다보니 방사능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로 판매를 중지하게 됐습니다." 다른 곳을 찾아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일본에서 발생했던 쓰나미가 한국에 유통되던 '킹크랩'도 집어삼켰다. 킹크랩 전문점은 물론이고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도 킹크랩은 자취를 감췄다. 노량진수산시장 등에서 소량이 일부 거래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값이 올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년 1월부터 4월 사이에는 유빙(북극에서 떠내려오는 빙하)의 영향으로 조업이 어려워 러시아산 킹크랩 물량이 줄어든다. 게다가 올해 발생한 구제역의 영향으로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면서 킹크랩 수요도 늘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킹크랩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산지시세는 원화 기준 5만원대로 지난해 2만원대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 사고로 일본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우려가 제기됐고 킹크랩 판매점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킹크랩 판매를 중지했다. 국내 유통되던 '킹크랩'의 대부분은 원산지(러시아, 캐나다)가 아닌 일본을 통해 들여온다. 일본은 자국 내 킹크랩 소비가 많은 나라다보니 러시아산 킹크랩 판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일본을 통해 사들이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킹크랩 판매업체 사장은 "현재 킹크랩 물량이 적어 산지시세가 2배 이상 상승해 기존 가격대로 팔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우려도 있어 아예 판매를 중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킹크랩 물량 부족 현상은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는 일본에서 들여오는 신선식품의 소비자 불안 심리를 감안해 생태, 고등어와 함께 지난달 22일자로 킹크랩 판매도 중단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러시아, 캐나다산 살아있는 킹크랩을 일본을 통해 수입해왔다.

신세계 이마트는 러시아산 킹크랩을 직접 들여왔으나 조업물량이 최근 절반 이하로 떨어져서 수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마산, 부산 등 전국 각 지역의 킹크랩 전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산 킹크랩 판매점 관계자는 "아예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물량 부족도 있지만 일본 방사능 우려도 판매 중단에 한 몫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