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삼성가 3세들 '커피 삼국지' 연다

↑범삼성가 3세들이 '커피 삼국지'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CJ (116,100원 ▼3,900 -3.25%)그룹 이재현 회장, 신세계 (158,600원 ▼2,600 -1.61%) 정용진 부회장, 호텔신라 (57,600원 ▲400 +0.70%) 이부진 사장 등 ' 범(凡) 삼성가'의 3세들이 '커피 삼국지'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커피전문점 시장을 놓고 사촌들 간에 한판 승부가 벌어질 조짐이다. 이들의 전면 등장으로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것 아닌지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외식계열사 CJ푸드빌은 기존 커피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외에 제2의 브랜드를 빠르면 올 하반기 론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대 초반 젊은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한 '젊은(young) 커피브랜드' 콘셉트가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첫 선을 보인 투썸플레이스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직장인 여성층을 주로 겨냥한 '유럽풍 카페'를 내세워왔는데 새 브랜드는 이와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CJ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일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실제 각종 조사를 보면 2014년까지는 연평균 12% 이상의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직영 위주였던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가맹점 사업을 본격화하며 지난해 10월 100호점 개점 이후 반년 만에 40여 개의 점포를 새로 여는 등 공격적으로 변모했다. 여기에다 새 브랜드 론칭을 계기로 타깃층을 세분화·다변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호텔신라도 지난해 외식계열사 보나비를 세우고 커피 브랜드 '아티제(artisee)'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전무 시절부터 아티제 사업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매장수는 약 20개로 적은 편이지만 무리한 외형 확장보단 내실 있는 확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2004년 문을 연 아티제는 그동안 타워팰리스·도산로점 등 강남권에서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지만 최근 강북권 전선 확대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문을 연 청계광장·센터원점을 강북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범 삼성가 3세 중 커피전문점 시장의 선두주자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1990년대 초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한 뒤 한국에 돌아와 커피전문점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미국 본사와 50%씩 지분을 출자해 스타벅스코리아 법인을 세우고 1999년 이대 1호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벌여 매년 20~25%씩 성장, 현재 전국에 340개 직영 매장을 가지고 있다. '된장녀'라는 신조어를 파생시키는 등 문화 트렌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정 부회장은 이달 말 방한 예정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만나 사업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최근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 브랜드를 론칭하고 '캡슐 커피' 시장 참여를 추진 중인데 이번에 정 부회장과 슐츠 회장이 한국 내 출시계획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들 범 삼성가 3세들 간에 커피시장에서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로 인해 중소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 등 범 삼성가가 커피전문점 시장에 나서는 것은 아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남았다는 방증 아니겠냐"면서도 "다만 범 삼성가라는 '강력한 상대'여서 이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