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 A씨의 폭락장 투자법 '탐구생활'

증권사 브로커 A씨. 출근하자마자 수습이 불가능해진 망가진 계좌들을 보면서 시장을 관망하기만 합니다.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기도, 손실폭이 큰 종목을 '손절매'할 수도 없습니다. 장이 끝날 때까지 거래는 못하고, 시세만 보면서 관망합니다. - 증권주를 매도해야한다는 의미죠.

장이 끝나자마자 게임방으로 직행해서 게임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특히 총싸움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슈팅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 엔씨소프트 (172,500원 ▼1,100 -0.63%), 네오위즈게임즈 (21,200원 ▲100 +0.47%) '매수', 특히 1인칭슈팅게임(FPS)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 (476원 ▼7 -1.45%), 게임하이 (25,400원 ▼1,950 -7.13%)는 '강력매수'가 필요합니다.


담배는 폭락장의 친구. 특히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담배를 물고 2갑을 게임방 안에서 피워버립니다. - KT&G (89,000원 ▼400 -0.45%)를 매수해야겠죠.

2시간 정도 게임을 하니까 배가 출출합니다. 딱히 나가서 먹기도 뭣해서 신라면 사발면과 과자로 때웁니다. - 농심 (399,500원 ▲8,500 +2.17%)과 삼양식품 (287,000원 ▼3,000 -1.03%)을 매수해야합니다.

배는 어느 정도 채웠지만, 허전한 갈증이 남아 있습니다. 탄산음료로 사이다를 한 캔 마십니다. - 롯데칠성 (127,100원 ▲100 +0.08%)도 매수 대상입니다.


자신을 믿고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이 걱정됩니다. 요즘 같은 때 직접 만나서 얘기하기는 좀 미안하고, 전화로 희망을 주고 필요한 조치면 해 드리겠다고 합니다. 씁쓸한 마음에 오래 못 봤던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봅니다. - 이동통신주 SK텔레콤 (51,000원 ▼100 -0.20%), KT (34,100원 ▼550 -1.59%)를 사야겠습니다.

귀가하긴 이른 시간. 게임도 적당히 했고 배도 채웠으니 음료수나 마시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밀린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봅니다. - 방송콘텐츠사인 iMBC (3,065원 ▼65 -2.08%),SBS콘텐츠 허브,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 (5,400원 ▼250 -4.42%), IHQ (239원 ▲22 +10.14%)를 매수해야겠죠.

하루 일과를 마쳤으니 귀가합니다. 종종 택시를 타기도 했지만 이럴 때는 지하철로 가는 게 상책이죠. - 현대차 (250,000원 ▼2,500 -0.99%),기아차 (116,600원 ▲400 +0.34%) 등 차 관련주와 부품주, S-Oil (76,000원 ▼900 -1.17%)등 정유주를 매도해야겠죠.

음악은 지하철 귀가 길의 친구. 온라인으로 멜론과 도시락에서 다운받은 소녀시대의 음악을 들으면서 지친 하루를 달랩니다. - 에스엠 (82,500원 ▼2,700 -3.17%), 예당 (0원 %)과 로엔 (99,900원 ▲800 +0.8%),KT뮤직 (3,120원 ▲35 +1.13%),네오위즈인터넷 (4,220원 ▼80 -1.86%)을 매수해야겠습니다.

여자친구 선물을 사야하는데 백화점에 가긴 여의치 않습니다. 집 근처 가까운 중저가형 쇼핑몰에서 쇼핑한 후 집으로 갈 생각입니다. - 현대백화점 (50,800원 ▲500 +0.99%)을 팔고 세이브존I&C (2,390원 0.00%)를 사야겠습니다.

폭락장이 한창이던 지난 19일. 여의도 증권가에서 돌던 씁쓸한 쪽지내용들을 조합해서 재구성한 얘깁니다.

실제 주가만 봐도 이 같은 논리는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법'이란 걸 방증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담배업체 KT&G (89,000원 ▼400 -0.45%)는 19일 3%넘게 올랐고,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폭락이 현실화된 8월말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스엠 (82,500원 ▼2,700 -3.17%), IHQ (239원 ▲22 +10.14%), 예당 (0원 %)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음원 플랫폼 업체인 로엔 (99,900원 ▲800 +0.8%),KT뮤직 (3,120원 ▲35 +1.13%),네오위즈인터넷 (4,220원 ▼80 -1.86%)은 상한가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세이브존I&C (2,390원 0.00%)도 2%올랐습니다.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우려를 훌훌 털어내며 상한가로 치솟았고, 방송콘텐츠업체 iMBC (3,065원 ▼65 -2.08%)도 상승마감했습니다.

'불황기 상징' 중 하나로 꼽히는 콘돔의 생산업체 유니더스 (944원 ▼11 -1.15%)도 상한가로 치솟았습니다. 경기 침체기는 출산을 늦춘다는 속설이 있는데다, 실제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내 콘돔 판매량이 크게 늘기도 했습니다.

8월부터 미국발 경기침체와 '더블딥'우려가 계속되면서 한국증시에는 이른바 '불황형 주식'이 크게 올랐습니다. 대표적 불황형 주식인 게임·대부·콘돔·휴지·화장품 업체들이 강세를 보였고, 저가형 주류, 유통체인 업체들도 크게 선방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자들은 이 같은 시장의 '현상'이야말로 투자의 기본이라고 말합니다.

비록 씁쓸한 푸념으로 풀어본 투자법이지만, 여전히 시장 유동성은 많고 시장메커니즘은 살아있습니다. 시장의 장기 성장을 믿는 투자자라면 폭락장에 무조건 도망치는 것 보다는 불황형 주식으로 틈새를 찾는 것도 좋은 투자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