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만 고집하던 신씨, 위기가 반갑다

사업가 남편과 딸 하나를 둔 주부 신씨(56)는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산관리 대열에 합류했다. 남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덕분에 살림살이는 풍족한 편이었지만 결혼 적령기인 딸과 부부의 노후를 위해 목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겠다 싶었다.

그동안 자산관리라고 해봐야 채권투자가 전부였던 신씨. 신씨는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2억원을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영업부에 맡겼다. 자산관리 경험이 적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신씨를 고려해 자산 12억 중 9억원은 우량채권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주식, 펀드, 단기CP 등에 고루 배분했다. 자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적령기의 딸을 결혼시키고 긴 노후를 풍족하게 보내려면 자산을 꾸준히 늘려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사실 올해 8월 이후 증시변동성이 급격히 심화되면서 주식, 펀드를 보고 덜컥 겁이 나긴 했다. 그러나 다행히 전체 자산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낮은 터라 손실이 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을 보고 자칫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영업부 프라이빗뱅커(PB)는 신씨에게 투자위험(리스크)는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자산 리밸런싱을 추천했다.


◇ "채권 그대로 두고 펀드는 비중 조절"

정 PB는 신씨가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지만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투자기회가 생길 때 이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점을 고려, 전체 포트폴리오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투자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신씨는 다행히 건설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채권은 거들떠보지 않고 우량 회사채 등에만 투자한 덕분에 9억원의 안전자산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다만 매월 총 500만원 가량 꾸준히 적립식으로 불입해오던 △인덱스 △삼성그룹주 △중소형주 △압축펀드 4개의 비중을 조절하기로 했다.

신씨는 증시 조정으로 수익률이 비교적 낮아진 펀드와 변동성 장세에서 위험도가 높은 압축펀드 비중을 낮추는 대신 현대그룹주 펀드에 새로 가입했다. 시장 흐름 대비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는 불입금액을 오히려 늘렸다. 펀드투자 금액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가입 상품을 다양화해 증시 회복시 수익을 누릴 기회를 확대한 것.

정 PB는 "그동안 현대차 등 자동차 대표주가 실적이 좋고 하락장에서도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데다 환율 수혜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현대그룹주펀드를 택했다"며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은 중소형주로도 투자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 "비싸서 못 샀던 종목도 다시보기"

신씨는 펀드상품을 다양화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유 중이던 주식 종목도 다시 손봤다. 증시가 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입기는 했지만 전체 자산에서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크지 않았던 탓에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할 수 있었다.

신씨는 당초 들고 있던 LG화학, 하이닉스, 기아차, 대한항공 등의 종목을 그대로 보유하면서 지수가 1700선 이하로 내려갈 때마다 조금씩 분할매수에 나서 매입단가를 낮췄다. 보유 종목 중에서 상승여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일부는 지수가 1800선까지 오를 때마다 일부 차익실현키도 했다.

또 그동안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면서도 매수 타이밍을 놓쳐 사지 못했던 현대모비스 주식을 2000만원 가량 새로 사들이기도 했다.

정 PB는 "그동안 채권 위주로 자산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왔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그동안 눈여겨 봐왔던 종목을 싼 값에 매수해 수익을 낼 기회를 열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실적과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분산투자하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씨는 초기 100% 채권에만 의존했던 자산관리를 적립식 펀드, 주식, 단기CP 등으로 점차 확대해가면서 안정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대외악재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안전자산을 여유롭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