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독점 누린 강원랜드, 복마전 될 수밖에 없다

↑ 강원랜드 내부 모습

1년→3년→1년→2년→3년→2년→?

일정한 숫자를 채우는 퀴즈나 수학문제가 아니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사장들의 재임 기간이다. 지난 1998년 강원랜드 설립 이후 6명의 사장이 있었는데 3년 임기를 채운 사장은 2대 김광식 사장과 5대 조기송 사장 단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각종 비리 등에 휘말려 중도 퇴임했다.


김광식 사장도 임기는 마쳤지만, 퇴임 이후 강원랜드 재직 중에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지금까지 온전히(?) 사장 임기를 마친 사람은 조 사장뿐이다. 현재 제7대 사장인 최홍집 사장은 지난 7월 임명됐다. 최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7월까지다.

사장들만 비리에 휘말렸을까. 직원들의 횡령 등 각종 비리 사건들은 더 심각하다. 8일 국무총리실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랜드 직원들의 횡령 및 비리 등으로 인한 감사 지적 건수가 58건에 이른다.

7년 동안 모니터실 직원들이 공모해 3억 원의 돈을 빼돌려 카지노 환전업무 담당직원 2명이 잡혀갔는가 하면, 2009년 10월과 2010년 6월 각각 80억, 33억의 돈을 훔친 직원도 있었다.


특히 어머니, 작은 아버지와 결탁해 80억 원을 훔친 카지노 환전팀 여직원 최모(당시 31)씨 사례는 강원랜드 비리의 결정판이다. 2009년 꼬리가 잡힌 최씨는 카지노 고객들이 사용한 100만원권 수표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80억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카운터 룸 근무 기간이 100여 일인 점으로 미뤄볼 때 매일 거의 1억원 가량을 빼돌린 셈이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10억 원대의 골프연습장과 고급아파트,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나 어처구니없는 강원랜드의 허술한 인력관리가 드러났다.

최근에도 강원랜드 직원들이 공모해 27차례에 걸쳐 9억4500여만 원의 수표를 훔친 사건이 적발됐다. 호텔·스키장 등 부대사업을 하면서 각종 공사·용역 계약을 부당하게 시행해 특정 업체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사례도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이처럼 사장이 임기 중에 해고되고, 해마다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의 자금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강원랜드가 비리의 온상이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강원랜드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원랜드가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인 탓에 경쟁 없이 성장해왔고, 감시와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강원랜드는 그동안 독점적인 내국인 카지노로서 막대한 이익을 냈고, 각종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10년 매출액은 1조3136억 원, 당기순이익은 4217억 원에 달한다. 이중 90% 이상이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다.

일각에선 강원랜드와 같은 내·외국인 카지노 시설이 있는 복합레저 타운을 몇 개 더 만들어 국내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카지노 사업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합리조트를 만들어 그 안에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를 설치해야 한다"며 "도박에 부작용이 있지만,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양성화해서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카지노협회 고위관계자도 "정부가 강원랜드에만 내국인 출입권한을 주고 있는데 대규모 복합리조트 시설을 확충해 내국인, 외국인 모두 출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횡령 사건이나 비리 문제는 강원랜드 자체의 문제이지 카지노 산업의 문제는 아니다. 내부 규정을 강화하고, 감시 감독 기능을 확실히 가동시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강원랜드가 그동안 내국인을 상대로 독점적인 지위에서 카지노 사업을 해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원인"이라며 "같은 지역 사람을 채용해 그들끼리 관리, 감독하다보니 서로 눈감아주는 등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