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슈스케 뜨자 미소짓는 곳은

↑'천일의 약속' 수애 사촌으로 나오는 장재민 역의 이상우.

# 인기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치매 진단을 받은 여주인공(수애 분)의 기억이 흐려질 수록 드라마의 인기는 올라간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고통과 갈등 극복 과정이 히트 드라마 제조기인 김수현 작가의 대본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슈스케3)에도 최종 도전자로 올라간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의 대결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전년도 우승자인 환풍기 수리공 허각의 인생 역전 스토리 못지 않게 위암을 앓고 있는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의 투병기와 열정은 경연 전반에 녹아들었다.

소위 대박이 난 두 프로를 둘러싸고 웃음 짓는 곳들이 있다. 제작 후원을 통해 프로그램 곳곳에 제품이나 회사명이 삽입되거나 노출되는 기업들이 그곳이다.

'천일의 약속' 여주인공의 사촌은 극 중에서 보험회사에 근무한다. 수애와 김래원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상우는 보험사 직원인데 그가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배경으로 AIA생명의 로고와 사무실이 고스란히 비쳐진다.

AIA생명은 드라마 제작을 후원하면서 촬영지로 회사를 제공했다. 때때로 이상우가 회의를 주재할 때 AIA생명의 '보장성 보험을 강화한다'는 하반기 전략이 극중 대사로 처리되기도 한다. 극중 또 다른 극중 인물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빵집은 파리바게뜨다.


슈스케3에서 극중 긴장을 고조시키고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매력은 출연자의 노래 못지 않게 심사위원(가수 이승철, 윤종신, 윤미래)의 촌철살인 멘트에 있다.

심사위원들은 쓴소리나 호평을 내놓을 때 물 한모금을 종종 마시는데 심사위원의 테이블 위에는 KB국민카드의 로고가 새겨진 물컵이 있다. 이 역시 프로그램 후원사 중 KB국민카드의 역할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카드 광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KB국민카드는 슈스케의 인기를 업고 가시적인 인지도 상승에 만족하면서도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불안해했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성격의 오디션 프로인 '위대한 탄생2'에도 심사위원(멘토)들의 책상에는 웅진식품의 음료제품인 '하늘보리'가 비쳐진다. 시즌 1에도 비슷한 후원을 했던 웅진식품은 5월까지 해당 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30 ~ 40% 늘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슈스케2에는 한 음료업체의 제품이 심사위원 테이블에 어김없이 놓여있었다.

일단 이같은 흐름은 제작비 조달에 고심하고 있는 제작사들의 자금 사정에 기인한다. 스타 배우와 유명 작가, 화려한 무대 장치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방송사의 제작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원업체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

또 이전까지 업체들이나 제품명을 조금씩 달리 해야 했던 규제가 최근 풀린 것도 업체들의 광고 욕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수년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는 남자 주인공(박신양)이 일하는 회사로 GD자동차가 등장했는데 이는 후원사인 GM(당시는 GM대우)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릭과 한가인이 커플로 나왔던 드라마 '신입사원'도 주인공들이 화장품 브랜드 ‘해피 크레딧’을 런칭하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골격을 이루는데 해피 크레딧은 후원사인 소망화장품의 브랜드 ‘뷰티 크레딧’을 차용한 이름이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보험사 이름, 카드사 이름, 제품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다.

한 회사의 광고 담당자는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몇몇 브랜드는 실명 그대로 방송을 탈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후원과 무관한 제품이나 브랜드명이 노출될 때는 해당 상표가 뜯겨지거나 테이프로 가려지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브랜드 노출의 효과에 대한 업체들의 기대는 큰 편이다. 해당 업체에서는 프로그램 인기가 올라가면서 제품 인지도와 호감도가 전년보다 두배 가량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AIA생명 관계자는 "직원들과 영업 인력이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회사가 자주 노출되면서 인지도 상승을 체감한다고 한다"며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사 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