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살해하려 한 김정남, 지금은…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공식화된 것은 지난해 9월 열린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고부터다. 이보다 앞서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돼 김 위원장의 최측근에게 통보됐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0)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복동생 김정은과의 후계 경쟁에서 밀리면서 현재 사실상의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김 위원장의 장의위원 명단에도 김정남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남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둘째 부인인 성혜림에게서 태어났다. 성혜림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2002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김정남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25살 때인 1995년 인민군 대장 계급을 부여받았으며 1990년대 중반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지도원으로 임명되는 등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정남의 생일에 직접 인민군 대장계급장과 군복을 선물하는 등 각별히 총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모 성혜랑이 1996년 미국으로 망명하고, 2001년 자신이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일본에서 체포되면서 김 위원장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로, 김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정철과 정은을 낳은 고영희(2004년 사망)의 견제가 이뤄지면서 김정남은 북한에 귀국하지 못하고 해외에 머물렀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되면서부터는 사실상의 망명 생활에 들어갔다. 김정은은 2009년 4월 보위부를 시켜 김정남의 평양별장 우암각을 수색하고 파티를 열고 있던 참석자 일부를 제거한 이른바 '우암각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을 살해하려 시도했지만 중국 정부가 막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김정남은 지난해에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후계구도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남이 아버지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북한에 들어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언론은 김정남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중국 마카오를 떠난 것 같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는 마카오의 콜로안에 있는 김정남의 집을 찾았지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웃 주민들은 이 집에 오랫동안 김정남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드나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한솔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 위원장의 손자인 김한솔도 보스니아 남부 모스타르에 있는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에 다니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방학 중이어서 현재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김한솔은 마카오에서 국제학교에 다녔으며, 홍콩 국제학교에 입학을 신청했으나 홍콩당국이 비자를 거부하자 보스니아의 학교에 입학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겨 이용하는 등 외부에 노출된 생활을 해 왔다.

한편 김정은의 작은 형 김정철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하고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까지 역임했지만 역시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철은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뒤 나타나지 않고 있다.